정경심, 헤어숍 주인까지 동원해 불법 투자…조국 “명예회복할 것”

입력 2019-11-11 23:16
검찰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를 구속 만기일인 11일 추가 기소했다. 지난달 24일 검찰에 구속된 정 교수의 구속 만기는 1차례 연장을 거쳐 이날까지였다. 검찰은 입시부정 범죄 혐의의 ‘수혜자’인 딸 조모씨도 정 교수의 공소장에 공범으로 적시했다. 정 교수에 대한 수사가 일단락되면서 조 전 장관에 대한 소환 조사도 단 시일 내에 이뤄질 전망이다.

<2019년10월23일 권현구기자 > 사모펀드와 입시비리, 위계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부인 정경심 교수가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고형곤)는 이날 오후 2시15분 14가지 범죄 혐의를 적용해 정 교수를 추가 기소했다고 밝혔다. 입시비리와 관련해 위계공무집행방해, 업무방해, 허위작성공문서 행사, 위조사문서 행사, 사기,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가 적용됐다. 사모펀드 불법투자와 관련해서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업무방해, 업무상 횡령, 범죄 수익 은닉,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가 적용됐다. 증거인멸 범죄와 관련해서는 증거인멸 교사, 증거위조 교사, 증거은닉 교사 혐의가 적용됐다. 정 교수는 구속영장 단계에서 이미 입시부정, 사모펀드 불법 투자, 증거인멸 교사 등에 관련된 11가지 범죄 혐의를 받고 있었다.

검찰 관계자는 “정 교수는 2017년 7월부터 지난 9월까지 공직자윤리법상 재산등록 의무 및 백지신탁의무를 회피할 목적으로 3명의 차명계좌 6개를 이용해 790회에 걸쳐 금융거래를 했다”며 “금융실명제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동생과 단골 헤어숍 주인, 페이스북으로 알게 돼 정보를 공유한 투자자 등 3명이 정 교수에게 자신 명의의 계좌를 빌려줬다고 한다. 검찰은 미공개정보로 WFM 주식을 거래해 얻은 1억6400여만원의 부당 이익을 추징하기 위해 추징보전도 실시했다고 밝혔다. 공소장은 별지를 포함해 79쪽, 별지를 제외하면 32쪽이다.

검찰은 정 교수의 공소장에 입시비리 혐의의 수혜자인 딸 조모씨를 공범으로 적시했다. 서울대 의학전문대학원과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입시 과정에서 허위 서류를 제출했다는 것이다. 사모펀드 범죄와 관련해서는 조 전 장관의 5촌 조카인 조범동씨, 정 교수의 동생 정모씨를 공범으로 포함시켰다. 검찰 관계자는 “사건 처리는 정 교수에 대해서만 이뤄졌다”며 “다른 공범 사건 처리는 전체 수사가 마무리 된 뒤 전체적으로 고려해 판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019년10월08일 과천=윤성호기자 cybercoc@kmib.co.kr>조국 법무부 장관이 8일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브리핑룸에서 검찰개혁방안을 발표를 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정 교수에 대한 검찰 수사는 험난했다. 지난달 구속영장 청구 직전부터 정 교수는 건강 문제를 호소했다. 전날 소환에도 건강을 이유로 불응했다. 정 교수 측은 “건강이 악화됐다”며 “구치소에서 혈압이 굉장히 높게 올라가고 맥박은 또 크게 떨어졌다”고 밝혔다. ‘고혈압’이라는 것이다. 정 교수는 검찰의 강제수사 착수 이후 뇌경색·뇌졸중 증상 등을 호소했고, 어린 시절 사고로 오른쪽 눈을 실명한 점을 들며 안과 치료가 필요하다고 했었다. 여기에 혈압 문제가 새롭게 생긴 것이다.

정 교수는 지난달 구속 이후 10차례 소환 통보를 받았지만, 실제로 출석한 건 6번에 불과하다. 나머지 4번은 건강상의 이유로 불응했다. 검찰에 출석한 6차례 조사 중에서도 2차례는 “몸이 좋지 않다”고 호소해 조사가 중단됐다. 정 교수 측은 특별한 추가 진단서는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앞서 “조사 일정이 지연되고 있다”고 했다.

정 교수는 동양대 표창장을 위조한(사문서위조) 혐의로 기소돼 이미 재판을 받고 있다. 정 교수의 추가 혐의 재판은 이미 진행 중인 동양대 표창장 위조 사건에 병합돼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부장판사 강성수)는 오는 15일 오전 11시 두 번째 공판 준비기일을 연다.

검찰이 지난 8월 27일 대대적으로 압수수색 76일 만에 정 교수를 추가 기소하면서 수사는 사실상 조 전 장관 본인 조사와 신병처리만 남은 상황이 됐다. 조 전 장관은 정 교수 범죄 혐의의 공범 성격으로 단 시일 내에 검찰에 소환될 가능성이 높다. 검찰은 정 교수의 공소장에 조 전 장관의 이름도 들어가 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최근 조 전 장관의 근무처인 서울대 교수 연구실을 압수수색한 데 이어 조 전 장관의 자금 흐름을 추적하고 있다. 이날 노환중 부산의료원장을 소환해 조 전 장관의 딸에게 장학금을 준 배경에 대해서도 조사했다.

조국 페이스북 캡처

조국 전 장관은 정 교수가 기소된 직후 페이스북에 장문의 글을 올렸다. 그는 “저에 대한 기소는 이미 예정된 것처럼 보인다”며 “참담한 심경이지만 진실이 밝혀지고 저의 명예가 회복되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고자 한다”고 썼다.

조 전 장관은 또 정 교수가 기소된 데 대해 “개인적으로는 만감이 교차하고 침통하지만 먼저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는 말씀을 올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직 민정수석이자 법무부 장관으로서 국정 운영에 큰 부담을 초래한 점도 죄송하다”며 “모두 저의 부족함으로 인한 것”이라고 했다.

조 전 장관은 “아내 사건은 재판을 통해 책임이 가려지게 될 것”이라며 “저도 조만간 검찰 조사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저의 모든 것이 의심받을 것이고 제가 알지 못했거나 기억하지 못하는 일로 인해 곤욕을 치를지도 모르겠다”며 “어떤 혐의일지는 모르나 저에 대한 혐의 역시 재판을 통해 진실이 가려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