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A씨는 최근 상사로부터 “근무 중 자주 담배를 피우러 간다”는 꾸지람을 들었다. 상사가 다른 직원에게 A씨가 하루에 몇 번 흡연하러 가는지, 한 번 흡연할 때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를 보고하라고 했다는 얘기도 들었다. A씨는 “이 일이 있고 난 뒤 해당 직원과 말도 섞기 싫었다”고 말했다.
A씨처럼 근무시간에 흡연하는 경우를 ‘근절’하기 위한 대담한 시도도 있었다. 지난해 한 게임업체는 ‘1회 흡연당 15분씩 연장근무’를 공지했다. 이동시간까지 포함해 평균 15분 소요되는 걸로 계산, 하루 4회 흡연 시 60분을 필히 추가 근무한 후 퇴근하도록 했다. “비흡연자와 형평성을 맞추기 위한 것”이라고 했지만 직원들의 강한 반발로 해당 업체는 8시간 만에 지침을 철회했다.
근무 중 흡연이 본격적으로 논란이 된 건 주 52시간 근무를 도입하면서부터다. 근무시간이 단축되면서 흡연자와 비흡연자들 사이에선 ‘근무 중 흡연도 업무로 볼 것이냐’를 놓고 언쟁이 붙었다. 이에 고용노동부는 ‘노동시간 단축가이드’에서 “휴게시간에 흡연은 근로시간에 포함된다”고 결론냈다. 근로시간 판정 기준이 ‘사용자의 지휘, 감독 종속 여부’인데 휴게시간은 사용자 지시 아래 있는 것으로 본다는 설명이다.
근무 중 흡연을 반대하는 쪽에선 그 이유로 ‘업무 생산성 저하’를 꼽는다. 그렇다면 근무 중 흡연은 정말 업무 생산성을 낮출까.
김혜경 이화여대 임상보건융합대학원 교수 연구팀이 2017년 한국건강증진개발원에 제출한 ‘근로자 금연을 위한 담배연기 없는 사업장 금연 모형개발’ 보고서에 따르면 7개 기업 1009명의 흡연자를 대상으로 한 4개월 간의 금연프로그램 기간 이들은 하루 평균 41분을 흡연에 소비했다. 이로 인한 생산성 손실액은 7701만5790원이었다. 프로그램 시행 전 생산성 손실액이 1억480만4993원이었는데 프로그램 시행 후 손실액이 2778억9203원으로 줄어든 것이다.
정부는 이 결과를 바탕으로 근무 중 흡연과 노동 생산성의 상관관계를 좀 더 광범위하게 분석해보기로 했다. 건강증진개발원 국가금연지원센터는 ‘흡연이 노동력 상실에 미치는 영향과 정책방향 연구’라는 제목의 연구용역을 서울지방조달청을 통해 지난 5일 입찰 공고했다.
흡연 노동자와 비흡연 노동자 간 건강과 노동력 상실 수준을 추정해 이 차이를 비교하고 사업장 노동자의 흡연 및 흡연량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분석하는 식으로 연구가 이뤄진다. 오는 2020년 7월 31일까지 진행되며 예산 9000만원이 투입된다.
국민건강보험 건강보험정책연구원에 따르면 흡연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은 2013년 기준 7조1258억원으로 추정된다. 조기사망에 따른 미래소득 손실액이 3조4083억원(47.8%)으로 가장 많았고 질병 치료를 위한 직접의료비 2조4276억원(34.1%), 이에 따른 생산성 손실액이 8988억원(12.6%)으로 집계됐다.
이성규 국가금연지원센터장은 11일 “주 52시간 근무와 함께 근무 중 흡연이 중요한 이슈가 됐다”며 “(근무 중 흡연이 생산성을 낮춘다는) 가능성을 면밀히 파악하기 위한 본격적인 연구에 들어간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연구 결과는 사업장 내 금연프로그램과 예방중심 건강관리 정책 수립에 반영될 예정이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