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활법 시즌2’ 시작… 구조조정보다 신산업 M&A·육성에 무게 싣는다

입력 2019-11-11 17:51
산업부, 오는 13일부터 개정 ‘기활법’ 시행
과잉공급업종 外 신산업도 지원 대상 포함
스타트업들 얼마나 호응할지가 성패 가를 듯


기업 구조조정을 돕기 위해 만든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기활법)’의 시즌2가 시작된다. 조선업 등 과잉공급 업종의 교통정리에 치중한 시즌1과 달리 신산업을 키우는 쪽에 무게중심을 둔다. 상위법인 기활법으로 기업 인수·합병(M&A)을 가로막는 규제를 최소화하는 게 핵심이다.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을 중소기업과 대기업으로 육성하는 ‘성장 사다리’를 세우겠다는 취지다. 세제·보조금 혜택을 강화해 투자를 유도키로 했다.

관건은 산업 현장의 호응이다. 구조조정에 집중했던 시즌1의 경우 3년 사이 100곳 이상 기업이 참여하면서 양적으로는 합격점을 받았다. 다만 특정 산업군에 치우쳤다는 비판도 만만찮다. 기활법 시즌2는 ‘유니콘’(매출 1조원 이상 기업)을 노리는 스타트업의 호응도가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오는 13일부터 개정 기활법이 본격 시행된다고 11일 밝혔다. 2016년 8월 발효된 기활법은 대표적 구조조정 지원 제도다. 기업이 M&A를 하거나 다른 사업으로 전환할 때 걸림돌이 되는 규제를 풀고 세제·금융까지 일괄 지원하는 성격 때문에 ‘원샷법’으로도 불린다. 당초 지난 8월 일몰 예정이었으나 법 개정으로 2024년 8월까지 시한이 연장됐다.

여기에다 지원 대상이 넓어졌다. 기존 기활법으로는 과잉공급 업종만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과잉공급 업종은 최근 3년 평균 매출액과 영업 이익률이 과거 10년 평균보다 15% 이상 감소하는 업종이다. 새로운 기활법은 신산업 진출 기업도 대상에 넣었다. 조세특례제한법 상 신성장동력·원천기술 분야로 분류된 업종이다. 미래형 자동차 등 11개 산업 173개 기술이 해당된다. 정부의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시장 판매가 허가된 84개 기술도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기업 규모 확장을 위한 ‘M&A 문턱’이 낮아진 것이다. 일본의 ‘산업경쟁력강화법’이 4차 산업혁명 대응을 위해 M&A 규제를 완화한 것과 흡사하다.

구조조정 대상도 넓혔다. 군산을 비롯한 산업위기지역 6곳 내에 있는 기업도 지원 대상으로 추가했다. 해당 지역의 주력 산업을 영위하는 기업이라면 과잉공급 업종이 아니더라도 지원 신청이 가능하다.

세제·금융 혜택은 세졌다. 일단 기활법 대상 기업은 법인세를 계산할 때 적자를 의미하는 ‘이월결손금’이 과세표준에서 100% 빠진다. 대기업·중견기업도 혜택을 받을 수 있게끔 조정됐다. 지방에 투자할 경우 ‘지방투자촉진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여건은 넓어졌다. 그동안 기존 사업장을 유지하면서 지방에 공장 등을 확장할 경우만 지원했었지만, 개정 기활법은 이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도 보조금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한다.

이번 조치는 스타트업이 유니콘으로 크고, 거대기업으로 성장하는 흐름을 만들겠다는 정부 의지의 반영이다. 현재는 이런 사례가 적다. 2000년 이후 매출액 10조원 이상인 대기업으로 큰 곳은 네이버·카카오·하림 3개에 그친다.

제도 자체는 기업에 한층 유리해졌지만, 스타트업들이 얼마나 호응할지 미지수다. 지난달 기준으로 기활법을 통해 구조조정 승인을 받은 기업은 109곳이다. 이 가운데 조선(37곳)과 기계(18곳) 두 분야가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한국GM의 군산공장 폐쇄 등을 겪은 자동차 분야에선 부품업체 2곳만 신청했었다. 결국 기업이 관심을 가져야 제도도 힘을 얻게 된다. 정승일 산업부 차관은 “신산업에 대한 투자가 원활이 이뤄지도록 관계기관과 힘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