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은희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이 당직을 박탈당하면서 당권파 위원들로만 최고위원회의 의결이 가능하게 됐다. 손학규 대표는 최고위 내분을 최소화해 내년 총선 준비에 매진하겠다는 계획이다.
바른미래당은 11일 권 최고위원을 직책 당비 미납을 이유로 최고위원·지역위원장·전국여성위원장 당직과 공직선거 후보자 신청 자격을 박탈했다. 김정화 대변인은 “권 위원은 9개월 동안 당비를 미납했고 당 사무처에서는 납부 독려 문자를 3번 보냈다”며 “당규에 따르면 직책 당비를 6개월 이상 납부하지 않은 당직자는 당직을 박탈한다”고 설명했다.
권 최고위원의 자격 박탈로 당권파 의원들로 최고위 과반이 구성됐다. 당 최고위에 현재 참석하는 최고위원인 손 대표, 지명직 최고위원인 주승용 국회부의장, 김관영 의원, 채이배 정책위의장 4명은 당권파로 분류된다. 기존 최고위는 오신환 원내대표를 포함해 하태경·이준석·권은희·김수민 최고위원 등 비당권파가 다수였다. 하태경·이준석 최고위원의 징계에 이어 권 위원의 당직 박탈로 남은 비당권파 최고위원은 오 원내대표와 김 위원뿐이다.
권 최고위원이 당직에서 박탈된 내막은 최고위 의결 정족수에 그간 비당권파와 당권파 간에 이견이 있었기 때문이다. 6개월 당직 정지 징계를 받은 하 최고위원이 최고위 재적수에 포함되면 총 8명이라 의결 정족수는 5명이라는 게 비당권파 입장이다. 반면 하 최고위원을 제외한 재적 인원은 7명이기 때문에 의결 정족수는 4명이라는 게 당권파 입장이다. 4명은 손 대표 측에서 선출직 최고위원이 없이 최고위 안건을 의결하는 데 필요한 의결 정족수다. 임재훈 사무총장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하 최고위원 건으로 비당권파와 이견이 있었으나 헤어지는 마당에 감정을 자극하지 않고 피해가기 위한 손 대표의 고육지책”이라고 말했다.
손 대표 측은 최고위가 정상화 되면서 그동안 하지 못했던 총선 준비와 인재영입을 본격화할 전망이다. 바른미래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최고위 의결 사항으로 총선기획단과 공천관리위원회 구성과 공직선거 후보자와 지역위원장 의결이 최고위 권한이다. 임 총장은 “총선을 5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총선 기획단을 꾸리는 것이 당장 급한 일이다”며 “40여 명의 지역위원장을 임명해야 하고 복당을 타진하는 의원들이 있다면 최고위 의결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변혁 측 의원이 탈당 수순을 밟으면 바른미래당이 ‘호남당’이라는 인식이 커져 제3지대에서 입지가 더 좁아질 가능성이 크다. 바른미래당에 남는 의원들은 호남계 의원이 주축이다. 최고위에서도 지명직 최고위원인 주 부의장과 김 의원이 호남계 의원이다. 비례대표인 채 의장도 전북 출신이다. 최도자 수석대변인도 여수 출신 의원이고 김동철, 박주선 의원도 호남계다. 여기에 대안 신당 쪽에 있는 호남계 의원들의 개별 입당 가능성도 열려있다. 임 총장은 ‘복당할 의원이 있냐’는 질문에 “윤곽이 드러나면 다시 말하겠다”면서도 “(복당 의사를 밝힌 의원이)있다”고 말했다.
권 최고위원은 입장을 내고 “손 대표가 사당화한 당에 당비를 낼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며 “같은 이유로 월 200만원의 활동비를 주겠다고 하는 것도 거절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손 대표가 당을 사당화하는 것을 최고위원으로서 막지 못했다”며 “거기에 대한 책임을 통감한다”고 덧붙였다. 김철근 전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페이스북에 “손 대표가 투표로 당선된 선출직 최고위원들을 모두 제거했다”며 “당을 자신의 정치적 노욕에 사용하려는 손학규 대표의 정치적 말로가 안쓰럽다”고 비판했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