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시민 목소리 외면 않겠다” 서울대서 ‘검은 마스크’ 침묵행진

입력 2019-11-11 17:38
'홍콩의 진실을 알리는 학생모임' 회원들이 11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 인문대 인근에서 홍콩 정부의 국가폭력을 규탄하며 침묵 행진을 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6월 홍콩의 민주화를 요구하며 시작된 범죄인 인도법(송환법) 반대 시위가 연일 격화되는 가운데 서울대생들이 희생자를 추모하고 홍콩 시민들과 연대한다는 의미로 침묵 행진을 진행했다. 이들은 검은 마스크와 검은 옷을 입고 캠퍼스를 행진했다.

‘홍콩의 진실을 알리는 학생모임’(이하 학생모임) 소속 서울대생 14명은 11일 오후 2시쯤 서울대 인문대 앞 광장에 모여 플래카드를 들고 침묵 행진을 벌였다.

서울대생들은 “민주화를 열망하는 홍콩 인민의 투쟁이 계속되는 가운데 이에 대한 중국의 압제와 폭력이 날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며 “국가폭력에 희생된 홍콩 시민들을 추모하고 정치적으로 목소리를 낼 권리마저 박탈당한 홍콩 시민들과 연대하기 위해 행진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어 “중국 당국은 홍콩 자치에 부당하게 개입했고 이에 항의하는 홍콩 인민의 민주화 시위를 폭력적으로 진압했다”며 “국가폭력과 정보 통제를 통해 자신들이 행한 만행을 은폐하고 있으며 세계 각국 권력자들도 중국을 두려워해 홍콩의 참상을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국 당국과 홍콩 정부 폭력에 침묵하는 대한민국 정부와 세계 각국 권력자들보다 대한민국 대학생들이 먼저 홍콩과 연대하겠다”며 “홍콩 시위에 대한 국내의 관심을 이끌고 세계적인 지지 여론을 형성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홍콩 시위 도중 최루탄을 피하려다 추락해 지난 8일 숨진 홍콩과기대 2학년생 차우츠록(周梓樂) 등 시위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의미로 검은 옷을 입었다. 아울러 말할 권리도 박탈당한 홍콩 시민들과 연대한다는 의미에서 검은색 마스크를 착용했다.

11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에서 홍콩의 진실을 알리는 학생모임 학생들이 홍콩 정부의 국가 폭력을 규탄하는 침묵 행진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들은 모두 오른손 다섯 손가락을 펴든 채 행진했다. 홍콩 시민들의 5대 요구인 송환법 공식 철회, 경찰의 강경 진압에 관한 독립적 조사,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체포된 시위대의 조건 없는 석방 및 불기소, 행정장관 직선제 실시를 지지한다는 의미다.

학생들은 홍콩 시위를 대표하는 노래 ‘홍콩에 영광을’(Glory to Hong Kong)의 한국어판인 ‘영광이 다시 오길’이 울려퍼지는 가운데 발걸음을 옮겼다. 이들은 중앙도서관을 지나 공과대학 근처까지 약 300m를 10여분간 행진한 뒤 행정관 근처로 돌아가 시위를 마무리했다.

학생모임은 행진을 마치고 서울대생들이 홍콩 시민들에게 전하는 말을 적도록 한 중앙도서관 건물 벽면의 ‘레넌 벽’을 찾아 “끝까지 연대하겠습니다. 홍콩의 민주화를 위해” 등의 메시지로 연대와 지지를 표시했다.

서울대와 연세대, 동국대 학생들 20여명으로 구성된 학생모임은 각 대학교 학생회 및 시민단체에 참여 요청을 보내 오는 23일 대규모 대학생 집회를 열 계획이다.

한편 홍콩 시위는 반중 시위로 성격이 변하면서 점차 과열되는 양상이다. 이날은 홍콩 경찰이 홍콩 시위대를 향해 실탄을 발사해 시위대가 부상을 입는 영상까지 공개되면서 홍콩 경찰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게 들끓고 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