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3분기 아파트 매매 실거래가격은 상승한 반면 금융비용은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기준금리 인하에 따라 낮아지는 금융비용으로 다주택자 압박을 이어가는 정부 정책에도 불구, 주택 보유에 유리한 환경이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11일 직방이 주택담보대출비율(LTV) 40%를 가정해 아파트 구입 연간 금융비용을 시뮬레이션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금융비용은 368만원으로 2분기(372만원)에 비해 소폭 하락했다. 반면 같은 기간 아파트 평균 매매 실거래가격은 2분기(3억2461만원)보다 약 3678만원 상승한 3억6139만원으로 집계됐다.
흔히 거래가격이 상승하면 금융비용 부담 역시 증가한다는 통념과 반대로 아파트 가격이 올랐음에도 오히려 금융비용은 줄어드는 모순적 현상이 관측된 셈이다. 쉽게 말해 더 비싼 아파트를 매입해도 이자 부담은 더 낮아졌다고 볼 수 있다. 정부가 대출 규제를 강하게 유지하면서 자금 유입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지만 역대 최저수준으로 낮아진 저금리가 금융비용 감소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주택담보대출금리(신규취급액기준)는 지난 8월 2.47%로 한국은행 발표(2001년 9월) 이래 가장 낮았다.
수도권으로 한정해도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5억1387만원으로 지난해 3분기(4억7318만원)보다 8.65% 상승했지만, 연간 금융비용은 524만원으로 전년 3분기(635만원)보다 17.5% 감소했다. 지난 분기 대비 금융비용이 가장 크게 줄어든 곳은 서울로 2분기(961만원) 보다 113만원 감소한 848만원이었고 부산이 22만원, 대구가 21만원 감소해 뒤를 이었다. 한창 집값이 절정을 달리던 지난해 3분기와 비교할때 평균 매매 실거래가격은 3억7100만원(2018년 3분기)보다 2.6% 하락했지만 금융비용은 498만원(2018년 3분기)보다 26.1% 떨어져서 하락률이 약 10배 가까이 차이가 났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정부의 가격 안정을 위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주택 보유자들의 매도를 유인할 수 있는 시장환경 요인이 조성되지 않고 있어 주택시장 신규유입과 가격상승 억제라는 정부의 정책 효과가 상쇄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저금리 기조와 매도 우위시장이 지속되는 가운데 부동산 가격 안정화를 달성하려면 기존 다주택자들의 매도를 유인할 수 있는 거래세 인하, 양도세 중과 완화 등 추가적 ‘당근’을 고민할 필요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