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시위 현장에서 경찰이 시위대에 총을 쏴 2명이 쓰러졌고, 이중 1명은 생명이 위독한 상태이다. 이는 시위 현장에서 추락한 홍콩 과기대 학생이 숨진 지 사흘만이다.
분노한 시위대는 강경진압에 나선 경찰에 화염병을 던지고 곳곳에 불을 지르며 격렬하게 맞섰다. 최근 중국 정부가 홍콩에 ‘전면적 통제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힌 이후 사태가 더욱 악화하는 분위기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11일 오전 7시 20분쯤 홍콩 사이완호 지역에서 열린 홍콩과기대 2학년생 차우츠록씨 추모 시위 도중 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실탄을 발사했다.
시위 영상을 보면 한 경찰관이 도로 위에서 시위자를 검거하면서 몸싸움을 벌이다 다른 시위자가 다가오자 그를 향해 실탄을 발사했다. 시위자가 맨 몸으로 다가서는데도 경찰은 근접 거리에서 실탄사격을 했다. 총에 맞은 시위자는 도로 위에 그대로 쓰러졌고, 경찰관이 그를 제압했다.
이에 분노한 시민들이 경찰을 향해 “살인자”라고 외쳤다. 경찰은 다른 시위자를 향해 실탄 2발을 더 발사해 모두 3발을 쐈다. 다른 시위자 한 명도 총에 맞고 쓰러졌다. 총상을 입은 두 명은 곧바로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1명은 위중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에 따르면 차우라는 성을 가진 21세 남성은 병원으로 이송돼 몸에 박힌 총알을 제거했으나 오른쪽 신장과 간이 파열돼 일부를 떼어내는 수술을 받았다. 그는 수술 도중 심정지가 일어나 심폐소생술을 받기도 했다. 그는 현재 중환자실에 입원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총탄에 맞은 다른 1명은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이다.
앞서 홍콩과기대 2학년생 차우츠록씨가 지난 4일 오전 1시쯤 정관오 지역에서 최루탄을 피하려다 주차장 건물에서 떨어져 머리를 심하게 다쳤다. 이후 두 차례 수술을 받았으나 결국 8일 오전 숨지면서 추모 시위가 확산되고 있다.
홍콩 시위대가 경찰이 쏜 총탄에 맞은 것은 벌써 세 번째다. 신중국 건국 70주년이었던 지난달 1일에는 경찰이 쏜 실탄에 18세 고등학생이 맞아 크게 다치기도 했다. 지난달 4일 시위에서는 한 참여자가 허벅지 쪽에 총상을 입었다.
홍콩 시위대는 오전 지하철 운행과 주요 도로의 차량 통행을 방해하는 등 차우씨를 추모하는 시위를 벌이다 경찰과 충돌을 빚었다. 시위대는 사이완호와 정관오, 사틴, 웡타이신, 몽콕 등 홍콩 곳곳에서 돌과 화염병을 던치며 최루탄과 고무탄을 쏘는 경찰과 대치했다. 항하우 역에서는 시위대가 지하철 내에 불을 지르기도 했다. 홍콩 곳곳의 도로가 차단됐고, 지하철 운행도 여러곳에서 중단되거나 차질을 빚었다. 홍콩 곳곳이 전쟁터 같았다.
차우씨가 다니던 홍콩 과기대에서도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하는 과정에서 불이 났고, 한 건물 출입구에서도 큰 불길이 치솟는 모습도 영상에 담겼다. 홍콩과기대와 홍콩대, 홍콩 중문대 등 홍콩 주요 대학은 이날 수업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사틴 지역에서는 한 경찰 간부가 20여 명의 경찰에게 “어떠한 무력을 사용해도 좋다”라고 발언하는 모습이 포착돼 비난이 쏟아졌다. 콰이퐁 지역에서는 경찰이 오토바이를 몰고 시위대를 향해 마구 돌진해 들이받기도 했다. 경찰은 쿤퉁 지역의 시위 현장에서 오는 24일 구의원 선거 출마자인 민주당 에디스 룽 의원을 체포하기도 했다.
홍콩 경찰의 강경진압은 지난달 말 19기 공산당 중앙위원회 4차 전체회의(4중전회) 결정을 통해 예고됐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주재한 4중전회에서는 “홍콩과 마카오 특별행정구의 국가 안보를 수호하는 법률 제도를 완비하겠다”고 결정했다. 이후 중국 정부는 홍콩에 ‘전면적 통제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시 주석이 지난 4일 캐리람 홍콩 행정장관을 만난 뒤 홍콩 경찰이 더욱 시위대에 강경대응을 하고 있어 시 주석의 의지가 반영된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시 주석은 람 장관을 만나 “법에 따라 폭력 행위를 진압하고, 처벌하는 것은 광범위한 홍콩 민중의 복지를 수호하는 것이니 절대 흔들림 없이 견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