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스로이스 비행기 엔진, 한화 핵심 부품으로 만든다

입력 2019-11-11 17:00
영국 더비 롤스로이스 공장에서 항공기 엔진 '트렌트 1000'을 만들고 있다. 롤스로이스 제공

지난 5일(현지시간) 영국 더비셔주 더비시에 있는 롤스로이스 항공기 엔진 생산 공장에서는 이 회사의 대표적인 민간 항공기 엔진 ‘트렌트 700’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트렌트 700은 에어버스 A330에 탑재되는 엔진으로 전 세계 항공기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제품 중 하나다. 공장은 자동화 공정 없이 모든 작업은 숙련된 인력이 수작업으로 하고 있었다. 롤스로이스 관계자는 “항공기 엔진은 높은 신뢰도가 요구되기 때문에 자동화보다 숙련된 전문가가 꼼꼼하게 만드는 게 더 효율적이다”고 강조했다.

트렌트 엔진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공급하는 엔진 연소기 케이스, 항공기 엔진 케이스, 내부 구조대 등 핵심 부품이 들어간다. 안전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항공기 엔진을 만드는 부품도 높은 품질이 요구된다. 비록 트렌트 엔진에 한화 로고가 들어간 걸 볼 순 없지만, 트렌트 엔진은 한화의 심장을 달고 하늘을 누비는 셈이다.

롤스로이스는 약 700여개 협력업체로부터 부품을 공급받는다. 이 중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특별한 업체로 손꼽힌다. 워릭 매튜 롤스로이스 인스톨레이션 및 구매 사업부장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납기를 정확히 맞추고 가격 경쟁력도 높고 무엇보다 품질이 뛰어나 지난 35년간 파트너십을 맺어왔다”면서 “협력 업체 중 톱 10안에 드는 ‘클래스 리딩’ 업체다”고 추켜세웠다.
롤스로이스 더비 공장에 전시된 항공 엔진 '트렌트 1000'. 이 엔진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주요 부품이 들어가 있다. 더비=김준엽 기자

한화는 최근 롤스로이스와 향후 25년간 최대 10억 달러(1조2000억원)에 이르는 부품 공급 계약을 맺었다. 이로써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세계 3대 민간 항공 엔진 제조사에 핵심 부품을 공급하는 업체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미 미국 GE, 프랫앤드휘트니(P&W) 등에 주요 부품을 공급하고 있었다. 최근 5년간 GE, P&W 등에 수주 금액만 약 198억 달러에 달했다.

신현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장은 “롤스로이스는 기술에 대한 자부심이 높은 회사라 요구 조건이 매우 까다롭다”면서 “처음에는 어려움이 있었지만, 기술적인 부분을 충분히 맞췄고, 향후 투자 계획 등에 대해 롤스로이스가 잘 이해해줬다”고 말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말 가동을 시작한 베트남 사업장에 롤스로이스 전용 라인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10월 사업장 내 2공장을 착공했으며 내년 상반기 완공할 예정이다. 신 사장은 “이번 계약 이후 앞으로도 더 많은 협력 관계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현우 한화에어로스페이 사장과 앤디 그리즐리 롤스로이스 터빈 사업부장이 5일(현지시간) 영국 더비 롤스로이스 공장에서 25년간 최대 10억 달러 규모의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궁극적인 목표를 ‘글로벌 넘버 1 파트너’로 설정했다. 신 사장은 “부품을 제작해 공급하는 장기공급계약(LTA) 사업은 미국 항공 엔진 부품 전문 업체 이닥(EDAC)을 인수하면서 이미 글로벌 넘버 1이 됐다”면서 “앞으로는 엔진 설계·개발 등에 참여하는 국제공동개발(RSP) 사업에서 2025년까지 탑5에 가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향후 투자도 RSP 중심으로 진행될 것이다”고 설명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1977년 삼성정밀로 출발해 2015년 한화그룹에 편입되면서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다. 신 사장은 “(한화에 편입된 이후)4~5년간 한화그룹 차원에서 항공사업에서 결실을 보자는 의지를 담아 지원해왔고 결실을 맺고 있다”고 말했다. 한화그룹은 항공사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하기 위해 2022년까지 4조원을 항공기 부품 및 방위산업에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더비=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