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KBL) 무대에 드림팀이 탄생했다. 지난 시즌 최우수선수(MVP) 이정현과 2년 전 기량발전상을 수상한 송교창이 지키던 전주 KCC가 직전 시즌 각각 외국인선수상과 챔피언결정전 MVP를 받은 라건아, 이대성(이상 울산 현대모비스)을 영입했다.
현대모비스는 11일 보도자료를 통해 “라건아와 이대성을 내주고 KCC의 리온 윌리엄스, 박지훈, 김국찬, 김세창을 영입한다”고 발표했다. KCC는 같은날 “기존 외국인 선수 조이 도시를 찰스 로드로 교체한다”고 전했다.
단기적으로는 KCC에 무게중심이 기울어진다는 평가다. 라건아(경기당 평균 24.4득점 14.9리바운드)와 이대성(13.6득점 5.1어시스트)은 최근 3경기에서 각각 평균 29득점과 20.3득점을 기록하며 3연승을 이끌었다. 반면 현대모비스로 향한 김국찬(경기당 평균 8.1득점), 박지훈(3득점), 김세창(신인) 등은 아직 에이스급 선수들이 아니다.
KCC는 주 외국인선수로 낙점됐던 직전 시즌 득점왕 제임스 메이스와의 계약이 올 시즌 개막 직전 불발되며 흔들렸다. 당초 영입된 윌리엄스(14.5득점 9.9리바운드)가 궂은일을 도맡으며 공백을 최소화했지만 메이스만큼의 파괴력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았다. ‘돌아온 승부사’ 전창진 감독의 번뜩이는 용병술과 국내 선수 득점 1위 송교창(경기당 평균 16.4득점)과 3위 이정현(15.5득점)의 활약으로 리그 3위(8승 5패)까지 올랐지만 선두 서울 SK(10승 3패)와 2위 인천 전자랜드(9승 4패)에 비해서는 밀린다는 평가였다.
그런 KCC는 두 국가대표 선수들의 영입으로 곧바로 우승후보 1순위로 떠올랐다. 라건아는 신장 제한이 철폐된 올시즌도 여전히 리그 최고급의 외국인 선수로 우뚝 서 있다. 여기에 한번 터지면 누구도 막을 수 없는 득점력을 갖춘 이대성의 가세는 KCC의 공격을 더욱 다변화할 전망이다. 여기에 프로농구에서 잔뼈가 굵은 로드는 라건아의 휴식 시간 동안 상대 코트진을 휘저을 역량이 있는 선수다.
관건은 포인트가드 역할을 양분할 이정현과 이대성이 어떻게 공존하느냐다. 이정현과 이대성 모두 공을 쥔 채 뛰는 시간이 많지만 3점슛 성공률이 각각 39.2%, 38.2%로 준수하다. 두 선수들이 어떤 전략으로 코트에 나서냐에 따라 역대 손꼽는 가드 듀오가 될 수도 있고 기대 이하의 성적이 나올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디펜딩챔피언 현대모비스는 올 시즌 개막 3연패를 당하는 등 다소 부진한 성적으로 시즌을 시작했지만 최근 리그 6위까지 올라서며 예열 중이었다. 그러나 중심선수들을 내보내며 플레이오프 진출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프랜차이즈 스타들인 양동근(38), 함지훈(35)이 노장이 된 만큼 김국찬(23), 김세창(22) 등의 성장에 리그에서 손꼽히는 명장인 유재학 현대모비스 감독의 청사진이 중요한 시점이 됐다.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