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당이 11일 ‘당비 미납’을 이유로 권은희 최고위원의 당직을 박탈했다. 이로써 지난해 9월 전당대회를 통해 뽑힌 선출직 지도부 4명 가운데 손학규 대표를 제외한 최고위원 3명이 모두 직위가 박탈되거나 직무가 정지된 상황이 됐다.
손 대표가 주재한 이날 바른미래당 최고위원회는 비공개 회의에서 이같은 보고 안건을 처리했다.
김정화 대변인은 최고위원회 후 브리핑에서 “권 최고위원은 9개월 동안 당비를 미납했고, 당 사무처에서는 납부 독려 문자를 3번 보냈다”며 “직책당비를 6개월 이상 납부하지 않은 당직자는 당직을 박탈하며 또한 공직선거 후보자 신청 자격을 박탈한다”고 밝혔다.
권 최고위원은 최고위원·전국여성위원장·지역위원장 등 직위를 모두 잃고 일반 당원이 됐다.
바른미래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각 당원은 당비를 납부할 의무를 가지며, 직책당비는 그 직책에 따라 정기적으로 매월 납부하는 당비다. 당원이 고령이거나 장애인·청년·국가유공자 등 상당한 사유가 있을 때에는 최고위원회가 의결을 통해 당비를 감면할 수 있으나 권 최고위원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고 당은 판단했다.
권 최고위원은 곧바로 입장자료를 내 “손 대표가 사당화한 당에 당비를 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 (당비를 내지 않고) 월 200만원의 활동비를 주겠다고 하는 것도 거절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손 대표는 자신의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본인의 뜻에 반하는 사람들은 모두 윤리위원회를 이용해 제거했다”며 “당의 요직에는 자신이 고문으로 있는 동아시아미래재단에 속했던 사람들을 앉혔다”고 비판했다.
바른미래당은 지난해 9월 2일 전당대회를 열어 새로운 지도부를 선출했다. 27.02%의 득표율로 1위를 차지한 손학규 후보가 신임 당대표에 올랐고, 2위(22.86%) 하태경 후보와 3위(19.34%) 이준석 후보가 각각 최고위원이 됐다.
당시 권은희 후보는 6.85% 득표율로 4위 안에 들지 못했지만, 여성 몫으로 최고위원에 뽑혔다.
그러나 이후 하태경 전 최고위원은 올 5월 최고위원회의에서 손 대표를 향해 “나이가 들면 정신이 퇴락한다”고 발언했다는 이유로 당 윤리위원회에 제소돼 지난 9월 18일 당직 직무정지 6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이준석 전 최고위원은 안철수 전 공동대표에 대한 명예훼손성 발언으로 역시 윤리위에 회부돼 지난달 18일 당직 직위해제 징계가 내려졌다.
이어 이날 권 최고위원마저 당직을 잃으면서 지난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지도부 중 손 대표만이 남게 됐다. 징계 조치가 내려진 최고위원 3인은 모두 손 대표 체제에 반기를 든 바른정당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손 대표가 당 내홍이 극심해진 최근 두 달 새 내부 징계절차를 통해 반대파 최고위원들의 발을 묶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준석 전 최고위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손 대표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를 향해 “정치를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발언한 것을 언급하며 “선출직 최고위원 전원을 자르는 형식으로 정치하는 건 똑바로 정치하는 방식인지 궁금하다”고 꼬집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