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회사로 전환된 21개 재벌 그룹 총수 일가가 170개에 이르는 계열사를 직접 지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109개는 총수 일가의 사익에 악용될 잠재적 위험에 노출됐고, 내부거래 비중은 약 16%로 일반 그룹보다 6%포인트 높았다. 이들 계열사를 이용한 총수 일가의 지배력 확대, 경제력 집중 우려가 여전하다는 뜻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런 내용을 포함한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현황 분석’(2019년 9월 말 기준) 결과를 11일 발표했다.
9월 현재 기업집단 전체가 지주회사 체제로 바뀐 대기업 집단(그룹)을 일컫는 ‘전환 집단’은 모두 23개로, 작년(22개)보다 1개 줄었다. 전환집단 판단 기준은 대기업 집단 가운데 지주회사 및 소속 자·손자·증손회사의 자산총액 합이 기업집단 소속 전체 회사 자산총액의 50% 이상인 경우다.
구체적으로는 1년 사이 롯데·효성·에이치디씨(HDC) 3개 대기업 집단이 지주회사 체제로 새로 전환했고, 지주회사 체제 상태에서 애경이 대기업 집단에 새로 편입됐다. 반대로 메리츠금융·한진중공업·한솔은 전환집단에서 제외됐다.
23개 전환집단, 쉽게 말해 ‘지주회사 체제 그룹’ 중 총수가 있는 경우는 21개였다. 이들 전환집단의 지주회사에 대한 총수와 총수 일가(총수 포함)의 평균 지분율은 각 27.4%, 49.7%로 집계됐다.
작년 같은 시점의 28.2%, 44.8%와 비교하면 총수 지분율은 떨어졌지만, 총수 일가 지분율은 오히려 높아졌다. 이는 새로 전환집단에 포함된 효성과 애경의 총수 지분율(각 9.4%·7.4%)이 상대적으로 낮은 반면 총수 일가 지분율(53.3%·45.9%)이 높기 때문이다.
전환집단은 전체 962개 계열사 중 760개를 지주회사 체제 안에 보유했다. 지주회사 편입률(지주회사 및 자·손자·증손회사 수/전체 계열사 수)이 79%라는 뜻이다.
반대로 총수 일가가 지주회사 체제 밖에서 지배하는 계열사는 모두 170개로 확인됐다. 이 가운데 ‘사익편취 규제’ 대상 회사는 81개, 이 규제의 사각지대에 있는 회사가 28개였다. 결국 170개 중 64%인 109개(81+28개)가 총수 일가의 사익을 위해 악용될 잠재적 위험에 놓여있다는 얘기다.
박기흥 공정위 지주회사과장은 “전환집단의 체제 밖 계열사 중 절반 이상이 사익 편취 규제 대상이거나 사각지대에 있다는 것은, 이들 회사를 이용한 총수 일가의 지배력 확대, 경제력 집중 우려가 여전하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전환집단의 내부거래 비중은 평균 15.83%로, 작년(17.16%)보다는 다소 줄었으나 일반집단(대기업 집단 59개 중 전환집단 제외) 평균(9.87%)과 비교하면 여전히 약 6%포인트 컸다.
9월 현재 공정거래법상 전체 지주회사는 173개로, 작년 같은 시점과 같았다. 이 가운데 54.3%(94개)가 ‘자산 총액 1000억원 이상 5000억원 미만’의 중소 지주회사로, 이들은 중장기적으로 자산총액 최소 규모 유예기간이 만료(2027년 6월말)되면 지주회사에서 제외될 예정이다.
지주회사들의 평균 부채비율은 34.2%(일반지주 34.6%·금융지주 28.5%)로 법령상 부채비율(200% 이하)을 대부분 충족했다. 심지어 10개 중 9개(91.3%)의 부채비율은 100%를 밑돌았다.
173개 지주회사의 평균 자회사, 손자회사, 증손회사 수는 각 5.3개, 5.6개, 0.5개로 전년(5개·5.2개·0.5개)과 비교해 자·손자 회사 수가 늘었다. 전환집단 소속 지주회사만 보면 평균적으로 자회사, 손자회사, 증손회사를 각 10.9개, 19.3개, 2.8개씩 거느리고 있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