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말’ 김재원 감싼 한국당 의원들 “이해찬이 빌미 제공”

입력 2019-11-11 10:44 수정 2019-11-11 10:57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막말 논란’에 휩싸인 같은 당 김재원 의원을 감쌌다.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은 10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왜 막말 프레임은 우파를 향해서만 작동하나”라며 김 의원을 감쌌다. 그는 이 글에서 “죽기 전에 정권을 뺏기지 않겠다”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발언을 거론하며 “그 말은 상식적인가. 그 말을 듣는 시민들은 어떤 반응도 해서는 안 되는가”라고 반문했다.

민 의원은 이어 “우리가 목숨 바쳐 반드시 정권을 찾아오겠다고 하면 우리를 반대하는 사람들이야 ‘그놈 수명 참 길겠네’하고 껄껄 웃을 것이다. 똑같은 이치다”라며 “김 의원이 소개한 택시기사의 농담을 막말이라고 하시겠는가”라고 적었다.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 페이스북 글 캡쳐

민 의원은 이날 올린 다른 글에서 김광진 당시 민주통합당 의원이 2012년 1월 ‘명박급사’(이명박 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죽음)라는 글을 리트윗했던 사건과 홍익표 당시 민주당 원내대변인이 2013년 7월 박근혜 전 대통령을 향해 ‘귀태’(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사람)라고 말한 사건을 거론하며 “이런 걸 막말이라고 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운전기사의 농담을 막말이라고 몰아세우는 집권당은 반성해야 마땅하다. 그런 말장난 프레임에 넘어갈 국민이 아니다”라고 썼다.

민 의원과 언급한 사건들과 관련해서 홍익표 의원은 당시 ‘귀태’ 발언으로 원내대변인에서 사퇴했고 김광준 전 의원 역시 맡고 있던 대선캠프 보직에서 물러났다.

백승주 자유한국당 의원도 11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민 의원과 같은 주장을 했다. 그는 이 방송에서 “이 대표가 먼저 경륜에 맞지 않게 ‘보수 세력을 궤멸하겠다’며 과한 발언을 했다. 김 의원의 말만 들으면 ‘그렇게까지 해야 되느냐’라는 느낌을 주지만, 전체 문맥을 들으면 이 대표가 했던 말이 빌미를 준 것이다”라며 “협치를 강조하면서 상대 당의 궤멸을 말하는 것은 뭔가. 우리가 무슨 곤충이냐”라고 비판했다.


앞서 김 의원은 지난 9일 대구 엑스코에서 자유한국당 대구 당원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이해찬 대표의 정권 재창출 발언에 속이 상해 택시 기사에게 하소연을 했다가 들은 이야기가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해찬 대표가 뭐라 했습니까. 20년 집권한다, 50년 한다. 얼마 전에는 나 죽기 전에는 정권 안 뺏긴다고 합니다.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는, 나 살아생전에는 정권을 빼앗기지 않겠다(고 말했다)”면서 “그 말을 듣고 충격받아서 택시 타서 ‘이해찬씨가 이렇게 얘기합디다’ 했더니 택시 기사가 ‘에이, 의원님 틀렸습니다. 이해찬이 2년 안에 죽는다는 말 아닙니까? 놔두면 황교안이 대통령 되겠네요. 까짓것’이라고 얘기하더라”고 전했다. 그는 자신의 입장을 반영해 말해 준 택시기사에게 택시비로 10만원을 주고 내렸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김 의원의 발언을 강하게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10일 트위터에 “김재원 의원이 여당 대표에 대해 저주에 가까운 막말을 쏟아냈다”며 “‘사람의 죽음’을 언급한 험악하고 저열한 막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정치를 증오와 저주의 수단으로 전락시키고 국민 모두를 깎아내리는 행위”라면서 “김재원 의원은 즉각 사죄하고, 자유한국당은 그에 대한 징계절차에 착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 의원은 11일 BBS ‘이상휘의 아침저널’에 출연해서 “택시 기사의 우스갯소리를 인용한 것뿐이다. 당원 교육 과정에서 분위기를 살짝 좋게 만드는 과정이었다”고 해명했다.

박준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