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인비’ 김태상의 넓은 챔피언 폭이 G2 e스포츠(유럽)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김태상의 소속팀 펀플러스 피닉스(중국)는 10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아코르 호텔 아레나에서 열린 ‘2019 LoL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결승전에서 G2를 세트스코어 3대 0으로 제압, 대회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펀플러스는 올해 롤드컵에 출전한 메이저 지역 1시드 팀 중 가장 기대치가 낮았던 팀이었다. 그러나 세간의 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듯, 이들의 경기력은 실전을 거듭할 때마다 눈에 띄게 향상됐다. 그리고 끝까지 살아남았다.
그 중심에는 팀의 에이스이자 미드라이너인 김태상이 있었다.
김태상은 넓은 챔피언 폭으로 상대 팀의 밴픽 작전을 무너트렸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 18세트를 치르는 동안 8개의 챔피언을 사용했다. 독특하게도 럼블, 말파이트, 사이온, 레넥톤, 노틸러스 등 미드라인보다는 탑 또는 서포터 포지션에서 중용되는 챔피언들을 여럿 꺼내 보였다.
럼블은 지난 2일 인빅터스 게이밍(IG, 중국)과의 4강전 1세트에서 꺼낸 픽이었다. 당시 김태상은 ‘루키’ 송의진(신드라) 상대로 만점짜리 활약을 펼쳤다. 팀 파이트 때마다 기가 막히게 깔린 ‘이퀄라이저 미사일’은 펀플러스를 대회 결승으로 이끄는 레드 카펫이 됐다.
노틸러스는 4강전 2~4세트와 결승전 1세트까지 4번 연속으로 골랐다. 이중 백미는 결승전이었다. 상대 ‘캡스’ 라스무스 빈테르는 파이크를 골랐다. 심해로 가라앉히려는 자와 떠오르려는 자의 맞대결, 후자가 빙그레 웃었다. 김태상은 노틸러스로 광범위한 로밍 실력을 뽐냈고, 세트 MVP를 수상했다.
사파에 능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주류 챔피언을 다루는 데 어려움이 있던 건 아니었다. 미드라이너의 정석 픽인 라이즈는 김태상이 이번 대회 동안 가장 많이(6회) 만진 챔피언이었다. 그는 라이즈로 5승1패를 수확했다. 케일로도 2승0패를, 갈리오로도 1승1패를 기록했다.
펀플러스의 결승전 상대였던 G2 역시 능수능란한 밴픽을 구사하는 팀이었다. 그들은 비(非) 원거리 딜러의 화신 ‘퍽즈’ 루카 페르코비치를 보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도인비 매직’이 한 수 위였다. G2는 노틸러스와 갈리오의 포지션을 끝까지 고민해야 했고, 라이즈를 내어준 대가도 치러야 했다. 그 사이 한국에서 온 마술사는 쥐도 새도 모르게 ‘소환사의 컵’을 감췄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