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석유화학 기업인 SK이노베이션의 유튜브 채널에 회사 막내들이 알록달록한 색깔의 트레이닝복을 빼입고 등장했다. ‘스키노맨(SK이노베이션의 앞글자인 SKinno와 맨의 합성어)’이라 불리는 이들은 각 사업장을 직접 찾아가 분야별 직무를 소개하고 사내복지, 사회공헌 활동을 알린다. 위트있는 자막과 편집으로 자칫 딱딱할 수 있는 기업 콘텐츠를 재밌게 풀어낸다. LG화학 채널인 ‘LG Chem’은 게임 ‘배틀그라운드’ 회사별 대항전에 출전한 자사팀의 우승 비결을 소개한 영상을 올렸다.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밀레니얼·Z세대의 소통방식인 유튜브에 여느 때보다 힘을 쏟고 있다. 이동통신사 등 정보기술(IT) 업계나 식품, 가전 등 소비재를 판매하는 B2C 기업들만 국한된 게 아니다. SK이노베이션, LG화학처럼 B2B(기업간거래) 기업들도 유튜브를 통해 대중에게 친근하게 다가서고 있다. 생소하고 어려운 산업을 쉽고 재밌는 설명으로 풀어내거나 사내복지, 자유로운 기업 문화 등을 소개해 긍정적인 기업 이미지를 만드는 데 유튜브를 이용한다.
11일 주요 기업의 유튜브 채널을 보면 사원의 일상을 소개하는 브이로그부터 사업과 제품 소개를 쉽게 풀어나가는 동영상들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신입사원 모집을 위한 채용설명회를 유튜브에 올리는 건 이미 트렌드로 자리잡았고, 신입사원들의 좌충우돌 회사 적응기를 그려낸 일상 브이로그로 취업준비생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회사 구성원들의 취미생활, 각 사업장의 실제 작업현장을 보여주는 간접 체험 형식의 콘텐츠도 만든다.
한화가 운영하는 ‘한화TV’는 신입사원의 3주 연수과정을 공개한 동영상이 조회수 15만회를 기록했다. 아쿠아플라넷에서 일하는 아쿠아리스트의 영상은 18만회를 찍었다. 웹드라마 ‘당신과 나의거리 63피트’는 다양한 세대가 어울려 일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통의 문제나 직장인의 애환을 그리고 있다. 이는 한화그룹 임직원 교육 자료로 활용되다가 반응이 좋자 유튜브에 게재됐다.
구독자가 28만명이 넘은 SK하이닉스 채널은 각 분야별 신입사원이 자신의 직무를 소개하는 ‘나는 신입사원이다’ 시리즈를 진행하고 있다. 용어도 어려운 반도체 분야를 쉽고 간결하게 설명하는 콘텐츠들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1분30초 남짓의 짧은 길이의 웹드라마 방식으로 낸드플레시, 메모리반도체 등 기본적인 개념과 제품을 소개한다.
‘효성TV’는 사원의 일상을 소개하는 '횻횻한 사람들' 브이로그를 업로드하고 있다. 신입사원의 취업후기나 워킹맘(육아하는 직장인 엄마)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3주 전 첫 동영상을 올린 GS글로벌 채널은 해외영업사원의 일상과 신입사원의 GS그룹 축구대회 관람기를 게재했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고객사에 집중했던 B2B기업들이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자사의 우수한 기술력을 알리고 기업 이미지를 제고하기 위해 유튜브를 활용하고 있다”며 “보다 쉽게 대중에게 다가갈 수 있고, 소프트한 콘텐츠로 친근함을 줄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고 전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