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경호원, 2017년 에르도안 방미 당시 미국 요원 폭행”

입력 2019-11-10 16:34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2017년 미국을 방문하던 당시 터키 측 경호원이 백악관 비밀경호국(SS)과 국무부 외교보안국 소속 요원들을 공격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고 미 정치전문매체 더힐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당시 터키 경호원들은 주미 터키대사 관저 인근에 몰려든 쿠르드족 시위대를 무차별 폭행해 물의를 빚은 바 있다. 그런데 당시 미국 요원들도 말려들어 터키 경호원들에게 폭행을 당한 사실이 새로 드러났다는 것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2017년 5월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처음으로 미국을 방문했다. 당시 터키 경호원들은 에르도안 대통령의 숙소였던 주미 터키대사 관저 외부에서 쿠르드족 정당인 민주동맹당(PYD) 깃발을 들고 시위를 벌이던 군중들에게 뛰어들어 폭행을 가했다. 터키 경호원들은 여성과 노인까지 무차별로 때려 최소 11명을 다치게 했다. 피해자 중에는 장기 후유증과 기억 상실,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를 겪는 사람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백악관 SS 소속 경호원 6명과 국무부 외교보안국 소속 특수요원 2명, 경찰관 1명이 함께 터키 경호원들에게 폭행을 당해 부상을 입었다고 더힐이 법원에 제출된 문서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들 중 최소 1명은 병원 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로 다쳤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문서는 국무부 비망록 형태로, 사건 당시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터키 외교장관 경호를 담당하던 미국 측 요원 3명의 증언에 토대를 두고 작성됐다고 더힐은 전했다.

터키 측 경호원 7명이 여성 시위자 1명을 둘러싸고 집단 폭행한 사실도 드러났다. 한 미국 측 요원은 당시 상황을 기술한 보고서에서 “정장에 넥타이를 맨 경호원 7명이 호송차량에서 뛰어내리더니 혼자 있는 여성 시위자에게 곧장 뛰어갔다. 그들은 여성 1명과 남성 6명이었다”며 “여성 시위자는 폭행을 당하다가 간신히 도망쳐 빠져나올 수 있었다”고 적었다.

미국과 터키 양국 경호원들끼리 시비가 붙어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당시 차우쇼을루 장관의 호송행렬이 터키대사관에 도착한 직후 어느 가방이 차우쇼을루 장관의 것인지를 두고 양국 요원 간에 언쟁이 벌어졌다고 한다. 터키 측 경호원이 외교보안국 소속 요원의 손을 때리면서 갈등은 물리적 충돌로 비화됐다. 싸움은 터키 측 경호원 2명이 수갑에 묶이고 1명은 무장 해제된 뒤에야 끝났다. 이들의 석방을 위해 세르다르 킬릭 주미 터키대사가 협상에 나서야 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오는 13일 트럼프 대통령의 초청으로 미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전격적인 시리아 주둔 미군 철수 결정에 이어 터키군이 시리아 북부 쿠르드족 지역을 공격한 가운데 이뤄지는 정상회담이어서 미국 정치권에서는 논란이 많다. 특히 미국 내 반(反)에르도안 인사들과 쿠르드족 등이 반대 시위를 계획하고 있어 2년 전과 같은 물리적 충돌이 다시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