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8일 LG유플러스-CJ헬로, SK브로드밴드-티브로드 기업 결합을 조건부 승인하면서 유료방송 시장은 이동통신 3사 중심으로 재편될 전망이다. 특히 공정위가 ‘교차판매’를 허용하면서 이통사들은 공격적인 마케팅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
교차판매란 IPTV, 케이블TV 상품을 어느 곳에서나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걸 의미한다. 교차판매가 금지되면 SK브로드밴드 유통망에서는 IPTV만, 티브로드 유통망에서는 케이블TV 상품만 판매해야 한다. 공정위는 소비자 권익 증대와 기업 경쟁환경 조성을 들어 교차판매를 허용했다. LG유플러스와 CJ헬로도 교차판매가 허용되지만, 이동통신 1위 SK텔레콤을 지렛대로 두고 있는 SK브로드밴드가 더 유리하다는 게 중론이다. LG유플러스의 경우 CJ헬로가 하던 알뜰폰 사업을 그대로 이어받을 수 있게 돼 이동통신 분야 경쟁력을 강화할 계기를 마련하게 됐다.
최근 유료방송에 가입하는 소비자는 주로 결합 상품을 이용한다. ‘휴대전화+인터넷+IPTV’ 등을 묶은 상품이 대표적이다. 이통사들은 결합 상품에 가입하는 소비자에게 추가적인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SK텔레콤이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설 경우 티브로드를 인수한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소비자로서는 SK텔레콤 결합 상품에 가입할 수 있는 곳이 많아진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10일 “케이블TV 가입자를 인위적으로 IPTV로 옮기도록 할 순 없다”면서도 “결합상품 경쟁력에서 이통사 상품이 더 뛰어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자연스럽게 가입자를 흡수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제 이통사들의 시선은 ‘합산 규제’에 쏠린다. 합산 규제란 한 사업자가 전체 가입자의 3분의 1을 넘을 수 없는 규제로 2018년 6월 27일부로 일몰됐다. 하지만 이후 규제를 연장할지, 없앨지에 대해 명확하게 결론이 나지 않은 상황이라 사업자들은 사실상 일몰 규제가 있는 것으로 간주하고 사업을 진행해 왔다. 이번 합병으로 유료방송 시장은 KT(31.07%), LG유플러스-CJ헬로(24.54%), SK브로드밴드-티브로드(23.92%) 등 빅3 체제가 된다. 교차판매가 허용된 상황에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쳐 점유율을 끌어올리면 누구든 합산 규제에 걸릴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이통사들은 합산 규제에 대한 명확한 결론이 있어야 사업의 불확실성이 사라진다는 입장이다. 업계 1위 KT도 딜라이브 등 케이블TV 업체 인수를 추진하려다 합산 규제 때문에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성옥 공정거래위원장은 “과거와 시장 상황이 달라졌다”고 강조했다. 2016년 SK텔레콤이 CJ헬로를 인수하려고 했을 때와 현재 시장 상황이 다른 만큼 기업 결함을 승인하지 않는 것보다 경쟁을 제한하는 문제를 해결해 기업의 혁신을 유도하는 게 낫다는 판단이다.
공정위는 결합 승인 조건으로 케이블TV 수신료의 물가상승률 초과 인상 금지, 디지털 HD 방송 전송 방식(8VSB) 케이블TV 가입자 보호, 케이블TV의 전체 채널수 및 소비자선호채널 임의감축 금지, 저가형 상품으로의 전환·계약 연장 거절 금지 및 고가형 방송상품으로의 전환 강요 금지 등을 단서로 달았다.
앞으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의 심사가 남아 있지만 공정위가 승인했기 때문에 별다른 이견 없이 절차가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SK텔레콤은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합병일을 2020년 3월 1일로 예상하고 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