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 비확산회의(MNC)’ 참석차 방러한 조철수 북한 외무성 미국 담당 국장이 “‘기회의 창’이 매일 닫히고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스스로 정한 ‘연말 시한’에 쫓기면서 연일 미국을 압박하는 모양새다. MNC를 계기로 기대를 모았던 북·미, 남·북·미 회동은 불발됐다.
조 국장은 지난 8일(현지시간) 열린 MNC 한반도 세션에 참석해 이 같이 주장했다. MNC는 러시아 에너지안보센터가 2~3년에 한 번씩 개최하는 1.5트랙(반민반관) 회의로 원자력 에너지와 핵 비확산 문제 등을 논의한다. 우리 측에서는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미국 측에서는 마크 램버트 국무부 대북특사가 참석했다.
조 국장은 “우리는 이미 미국에 상당히 많은 시간을 줬으며 올해 말까지 미국 측으로부터 어떤 결과를 기다릴 것”이라며 “모든 것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진전되기를 기대하고 있으나 기회의 창은 매일 조금씩 닫혀가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화와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우리의 입장에 변함이 없지만 대화를 위한 대화는 무의미하다”고 했다. 연말까지 2개월이 채 남지 않은 점을 감안, 미국이 체재안전 보장과 제재 완화 등 자신들이 원하는 ‘새로운 계산법’을 들고 비핵화 협상장으로 나와야 한다는 뜻이다.
지난달 5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미국과 마주한 북한은 비핵화 범위와 이에 따른 상응조치를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협상 결렬을 선언했다. 이후 북한은 김계관 외무성 고문,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최룡해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 등을 총동원해 대미 압박을 펼치고 있다.
이번 회의로 기대를 모았던 북·미, 남·북·미 회동은 결국 불발됐다. 일본 NHK방송은 러시아 정부가 MNC를 계기로 북·미 간 대화를 중재했지만 성사되지 못했다고 10일 보도했다. 남·북·미가 러시아에서의 ‘깜짝 회동’을 통해 비핵화 협상에 돌파구를 마련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지만 무산된 것이다. 남·북, 북·미 인사들은 서로 간단한 인사만 주고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본부장과 램버트 대북특사는 전날 조찬협의를 갖고 스톡홀름 비핵화 실무협상 결렬 뒤 북한의 동향과 앞으로의 대응방향 등을 논의했다고 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정한 연말 시한이 다가오는 가운데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은 이달 말 또는 내달 초쯤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국가정보원은 지난 5일 비공개 국정감사에서 다음 실무협상이 이달 중, 늦어도 12월 초까지는 개최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고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