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에서도 중국 업체 압박하는 LG전자…TCL에 특허 침해 소송

입력 2019-11-10 15:31

LG전자가 가전에 이어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중국 업체를 상대로 특허 소송에 나섰다. 기술 우위에 있는 LG전자가 모방을 통해 급성장하는 중국 업체를 견제하며 경쟁력을 유지하려는 노력으로 풀이된다. 또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얻은 지적재산권에 대해 정당한 대가를 받으려는 전략이기도 하다.

LG전자는 지난 6일(현지시간) 독일 만하임지방법원과 뒤셀도르프 지방법원에 중국 전자업체 TCL을 상대로 휴대전화 통신 기술 특허 침해 금지 소송을 제기했다고 10일 밝혔다. TCL의 피처폰과 스마트폰에 적용된 일부 기술이 LG전자의 ‘LTE 표준특허’를 침해했다는 것이다. LG전자 측은 소송을 제기한 이유에 대해 “2016년 TCL에 첫 경고장을 보낸 이후 여러 차례에 걸쳐 특허 라이센스 협상을 요구했지만 TCL이 응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소송 쟁점이 된 표준특허는 총 3가지다. ‘단말기의 전송 패킷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제어 방법’과 ‘단말기와 네트워크의 상향링크 동기화 과정 중에 간섭을 최소화하는 방법’, ‘단말기와 네트워크 간 상향링크 시간 동기를 맞추기 위한 타이머를 효과적으로 제어하는 방법’ 등이다. 모두 휴대전화에서 LTE 통신을 원활하게 하는 기술들이다.

중국 업체인 TCL은 TV 등 가전·휴대폰을 주력 생산하고 있는 업체지만 최근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TCL은 지난해 전 세계에서 1500만대 이상 휴대전화를 판매한 것으로 추산된다. LG전자와 같은 부문에서 경쟁하는 데다 지속적으로 인수합병을 통해 몸집을 불리고 있어 TCL에 대한 견제 필요성이 대두된 것이란 해석이다.

앞서 LG전자는 지난 4일(현지시간)에도 미국에서 중국의 가전업체인 하이센스를 상대로 특허 침해 금지 소송을 냈다. 하이센스는 전 세계 TV 시장에서 올해 상반기 판매량 기준 4위(IHS 마킷 기준)를 차지한 TV 업체로, 미국에서 판매 중인 대부분의 TV 제품이 자사 특허를 침해했다고 LG전자 측은 밝혔다.

연이은 중국 업체 대상 특허 소송에 대해 LG전자는 “특정 지역과 국가를 겨냥한 것은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다만 중국 업체가 그만큼 불법 ‘카피’를 많이 행하면서 정당한 성장을 하지 않고 있는 만큼 특허 침해 요소를 바로잡아야겠다고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LG전자는 최근 자사 특허를 침해한 업체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며 특허 보호에 적극 나서고 있다. 2017년 3월 미국 휴대전화 업체 BLU, 2018년 6월 프랑스 휴대전화 업체 Wiko를 상대로 각각 미국과 독일 법원에 LTE 표준특허에 대한 특허 소송을 제기했다. BLU와 특허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고, Wiko와 소송에선 최근 1심 승소했다.

LG전자는 모바일 이동통신 분야에서 표준특허를 대거 보유하고 있다. 미국 특허분석기관 테크아이피엠에 따르면 LG전자는 4G(LTE, LTE-A) 표준특허 부문에서 2012~2016년 5년 연속 세계 1위를 차지했다. 독일 특허조사업체 아이피리틱스가 지난 7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LG전자는 5G 표준특허 분야에서도 전 세계 표준특허의 11%를 보유하고 있다.

전생규 LG전자 특허센터장(부사장)은 “지적재산권은 부단한 연구개발의 결실이자 사업 경쟁력의 근원”이라며 “이를 무단으로 사용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단호히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