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레넌 벽’을 설치하며 국내 대학가의 홍콩 시위 지지 운동을 촉발한 ‘홍콩의 진실을 알리는 학생모임(이하 학생모임)’은 11일 서울대에서 침묵 행진에 나선다. 이날 학생모임은 혐오표현을 배제한 새로운 레넌 벽을 설치할 예정이다.
서울대 지구과학교육학과에 재학 중인 학생모임 대표 박도형(21)씨는 10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레넌 벽의 운영 계획에 대해 “마침 레넌 벽을 설치했던 중앙도서관 벽면을 보수 공사한다고 해 새로 만들기로 했다”며 “침묵 행진 이후 벽면에 포스트잇을 1인당 1~2개씩 다시 붙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학생모임은 새로운 레넌 벽에는 중국에 대한 혐오발언이 담긴 포스트잇은 제거할 수 있다는 공지도 마련할 예정이다. 박 대표는 “의견 내는 것은 자유지만, 이곳은 홍콩 시민들과 연대하기 위한 공간이라는 점을 분명히 할 것”이라며 “‘짱깨’와 같은 혐오 표현은 뗄 수도 있다고 공지하겠다”고 했다. 학생모임은 지난 6일 서울대 중앙도서관 벽면에 범죄인 인도 법안 등에 반대하며 중국과 홍콩 정부를 상대로 시위 중인 홍콩 시민들을 지지하는 문구가 적힌 포스트잇을 붙인 레넌 벽을 설치한 바 있다.
학생모임 측은 11일 서울대 인문대 인근에서 ‘홍콩 정부의 국가폭력을 규탄하는 침묵 행진’도 연다. 박 대표는 “침묵에는 홍콩 시위 도중 숨진 희생자들을 향한 추모, 정치적으로 목소리 낼 기회를 박탈당한 홍콩 시민들과의 연대, 진실을 알면서도 침묵하고 있는 중국 정부에 대한 비판 등 세 가지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학생모임은 검은 옷을 입고 검은색 마스크를 쓴 채 학내를 행진할 계획이다.
이들은 서울대 이외 대학에도 레넌 벽을 마련할 방침이다. 박 대표는 “조만간 연세대에도 레넌 벽을 세울 예정이고, 숭실대에서도 레넌 벽을 설치하고 싶다는 연락이 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학생모임 구성원 중 자신이 다니는 대학에 레넌 벽을 만들고 싶다는 사람이 있으면 단체 차원에서 도우는 등 가능한 많은 대학에 설치할 예정”이라고 했다. 현재 이 학생모임에는 서울대 연세대 동국대 부산대 등 대학생 3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