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성난 아기로 풍자한 대형 풍선 ‘베이비 트럼프’가 흉기를 든 괴한의 공격을 받고 파손되는 일이 벌어졌다. 베이비 트럼프는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의 영국 국빈 방문 때 처음 등장한 이래 반(反)트럼프 시위 현장에서 종종 모습을 비쳐왔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9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앨라배마주 터스칼루사에서 열린 반트럼프 시위에서 한 괴한이 난입해 칼로 베이비 트럼프 풍선을 훼손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건은 트럼프 대통령이 인근에 위치한 앨라배마 주립대학에서 미식축구 경기를 관전하던 중에 일어났다.
현지 매체 터크칼루사 뉴스에 따르면 용의자는 32세 남성 호이트 허친슨으로, 그는 범행 직후 현장에서 달아났지만 곧바로 경찰에 제압됐다. 허친슨은 1급 범죄 혐의가 적용돼 구금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됐다. 허친슨은 범행 전 자신이 베이비 트럼프 풍선을 파손하겠다고 예고하는 내용의 동영상을 페이스북에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비 트럼프는 트럼프 대통령이 기저귀를 차고 화를 내는 모습을 형상화한 대형 풍선이다. 높이는 무려 6.1m나 된다. 허친슨은 베이비 트럼프의 등 부위를 칼로 찢어 2.4m 길이의 상처를 냈다. 풍선은 급격히 바람이 빠지면서 바닥에 너부러지고 말았다.
당시 현장에서 베이비 트럼프 풍선 관리를 담당했던 로버트 케네디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런 종류의 분노가 표출되는 것은 드문 일”이라고 말했다.
허친슨은 트럼프 대통령의 극성 지지자로 추정된다. 그는 범행 직후 크라우드펀딩 사이트 ‘고펀드미’에 벌금과 배상금을 지불하기 위해 기부해달라는 글을 자기 명의로 올렸다. 허친슨은 “이 불경스러운 풍선이 우리 친애하는 대통령에게 보이지 않게 만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당초 목표 액수를 6000달러(약 695만원)로 잡았지만 10일 0시 기준 1만2000달러(약 1340만원)를 넘어섰다.
베이비 트럼프는 지난해 7월 트럼프 대통령의 영국 국빈 방문 당시 처음 등장했다. 반트럼프 시위 참가자들의 자발적인 모금으로 제작된 이 인형은 당시 국회의사당 상공을 날며 위용을 과시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풍선에 대해 공개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