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까지 추락한 빅뱅, 다시 비상할 수 있을까

입력 2019-11-10 13:09
2006년 데뷔한 그룹 빅뱅은 개성 넘치는 음악으로 10년 넘게 가요계 최정상의 자리를 지킨 팀이었다. 왼쪽부터 승리 지드래곤 태양 탑 대성. YG엔터티엔먼트 제공

2017년의 마지막 날,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는 한 그룹의 대형 콘서트가 열렸다. 관객 3만명은 콘서트가 열리는 내내 열광하면서 엄청난 ‘떼창’으로 화답했다. 당시 공연장의 열기는 더할 나위 없이 뜨거웠는데 이유는 이듬해 멤버들의 입대가 줄줄이 예정돼 있어서였다.

무대의 주인공은 그룹 빅뱅이었다. 대마초를 피워 물의를 일으킨 맏형 탑이 불참해 4인조로 펼쳐진 콘서트였지만 10년 넘게 가요계 정상의 자리를 지킨 팀답게 공연의 수준은 명불허전이었다. 리더인 지드래곤은 “(이번 공연이) 마지막이 아닐 것”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승리는 “앞으로 약하고 사고만 치던 빅뱅의 막내가 아니라 멤버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겠다”며 “다시 만날 날에는 다섯 명으로, 더 멋진 모습으로 돌아오겠다”고 했다.

그리고 약 3년이 흘렀고, 멤버들의 전역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6일 지드래곤의 전역 행사가 열린 경기도 용인 지상작전사령부 앞에는 세계 각국에서 모여든 팬 3000여명이 운집했다. 10일에는 태양과 대성이 나란히 전역하면서 지드래곤과 같은 장소에서 팬들을 상대로 ‘전역 인사’를 했다. 태양은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말에 “많은 지혜가 필요할 것 같다. 멤버들끼리 의견을 모아서 좋은 모습으로 보답하고 싶다”고 했다.

군 복무를 마친 그룹 빅뱅의 태양(오른쪽)과 대성이 10일 경기도 용인 지상작전사령부에서 나와 경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렇다면 빅뱅은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까. 전문가들의 전망은 엇갈린다. 이 팀이 처한 상황이 녹록지 않아서다. ‘버닝썬 사태’의 장본인인 승리는 사실상 소속사에서 퇴출당하다시피 했다. 탑을 향한 시선 역시 곱지 않다. 탑은 지난 10월 한 네티즌이 SNS에 “복귀하지 마라”는 글을 남기자 “저도 할 생각 없습니다”라고 응수했다. 한동윤 음악평론가는 “태양을 제외하면 나머지 멤버 대부분이 범죄에 연루됐거나 크고 작은 파문을 일으켜 비난을 받는 상황”이라며 “재결합을 하더라도 예전 같은 반응을 이끌어내긴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물론 빅뱅의 미래를 얼마간 낙관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빅뱅이라는 팀이 가진 저력이나 멤버들이 그간 보여준 음악적 역량이 상당해서다. 이규탁 한국조지메이슨대 교수는 “팀의 활동을 비관하게 만드는 악재가 한두 개가 아니지만 빅뱅은 음악적 능력이 받쳐주는 팀”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해외의 경우 국내 팬들과 달리 멤버들이 휘말린 사건이나 사고를 덜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편”이라며 “월드투어를 통해 엄청난 수입을 벌어들였고, 동아시아 바깥에 K팝이 알려지는 데 큰 역할을 한 그룹인 만큼 팀의 장래가 어둡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빅뱅이 K팝 시장에서 차지하는 위상은 상당하다. K팝의 르네상스를 주도했다는 평가도 받는다. 이들은 2013~2017년 일본에서 5년 연속 돔 투어를 벌였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2016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수익을 낸 유명인사 100인’ 리스트에 빅뱅을 올렸다. 빅뱅의 유튜브 채널 구독자는 현재도 1170만명에 달한다. 웹진 ‘아이돌로지’ 편집장인 미묘는 “멤버들이 각각 솔로 뮤지션으로 쌓은 커리어가 대단한 팀”이라며 “그룹으로는 과거의 영광을 재연하긴 힘들 수 있지만, 멤버들이 솔로 활동을 통해 다시 성공을 거둘 가능성은 적지 않다”고 예상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