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속 가수의 마약 의혹을 덮기 위해 공익제보자를 협박한 혐의를 받는 양현석 전 YG 대표가 14시간의 경찰 조사를 마치고 귀가했다. 전날 출석했을 때와 달리 다소 지친 모습으로 조사실을 나온 양 전 대표는 취재진의 질문에 즉답을 피한 채 청사를 빠져나갔다.
경기남부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양 전 대표를 9일 오전 10시에 소환해 오후 11시50분까지 조사했다고 이날 밝혔다. 양 전 대표는 10일 오후 12시 6분에 조사를 마치고 피곤한 모습으로 조사실을 나왔다.
몰려드는 취재진에게 양 전 대표는 “조사에 성실히 임했다. 사실관계 소명했다”고 말했다. 혐의를 인정했냐는 질문엔 “경찰 조사인데 자세히 말씀드리지 못하는 점 이해바란다”는 말을 남긴 채 대기 중이던 차를 타고 청사를 빠져나갔다.
앞서 경찰은 2016년 그룹 ‘아이콘’의 전 멤버 비아이(23‧김한빈)의 마약 구매 의혹을 제기한 제보자 A씨를 회유해 협박한 혐의로 양 전 대표를 입건했다. 양 전 대표는 A씨를 회유하고 협박하는 과정에서 A씨에게 변호사 비용을 대주기 위해 회삿돈을 사용해 업무상 배임 혐의도 받고 있다.
양 전 대표가 A씨의 진술을 번복해 범죄혐의가 있는 비아이에 대한 경찰 수사를 막은 것이 인정되면 범인도피 교사죄도 적용된다. 양 전 대표는 지난 6일 경찰에 출석할 예정이었지만 관련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출석하지 않았다.
‘비아이 마약 수사 무마 의혹’이 불거진 뒤 양 전 대표가 경찰에 출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양 전 대표는 전날 출석할 당시 “성실히 조사에 임하겠다”고 말한 뒤 조사실로 들어갔다. 변호사와 함께 모습을 드러낸 양 전 대표는 비교적 말끔한 차림으로 당당히 조사실로 향했었다.
공익제보자 A씨는 당초 비아이에게 마약을 교부한 사실을 인정했지만 구속영장 기각으로 풀려난 뒤 같은 달 30일 경찰 조사에서 “대마초 흡입으로 정신이 몽롱한 상태였다”며 비아이에게 마약을 건넸다는 진술을 번복했다. 경찰은 당시 비아이와 관련해 내사했지만 A씨가 진술을 번복한 데다 다른 증거를 찾을 수 없어 종결했었다.
A씨는 지난 6월 양 전 대표의 회유와 협박으로 진술을 번복했다는 내용을 국민권익위원회에 공익제보했고 권익위는 이 내용을 검찰에 넘겼다. 부실 수사 의혹이 불거지자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이 전담수사팀을 꾸려 조사를 시작했다. 양 전 대표 등의 조사를 마친 경찰은 양 전 대표와 A씨의 진술을 토대로 조사를 이어갈 전망이다. 바아이는 지난 9월 경찰에 참고인 신분을 출석해 조사받는 과정에서 일부 혐의를 인정해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입건됐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