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부 장관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를 약 일주일 앞둔 다음 주 방한한다. 에스퍼 장관의 방한은 취임 직후인 지난 8월 8∼9일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미 국방부는 지소미아 문제가 방한 기간 논의 의제에 포함된다고 밝혔다.
이번 방한은 시기적으로 지소미아 효력 종료가 오는 23일 0시로 다가오고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진행되는 가운데 이뤄지는 것이어서 지소미아 관련 논의를 비롯, 그가 방한 기간 요구할 ‘동맹 청구서’가 주목된다.
데이비드 스틸웰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에서 국방수장인 에스퍼 장관에 이르기까지 미국의 국방 안보 책임자들이 잇따라 한국을 찾아 지소미아 연장 등을 촉구하며 전방위 압박에 나서는 분위기다.
미 국방부는 8일 보도자료를 내고 에스퍼 장관이 한국과 태국, 필리핀, 베트남을 방문하기 위해 오는 13일 출발한다고 밝혔다. 첫 방문국인 한국에는 14일 도착할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는 에스퍼 장관이 방한 기간 제51차 한미 안보협의회의(SCM)에 참석, 카운터파트 및 그 외 한국 당국자들을 만나 동맹 문제를 논의하는 동시에 한반도 및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 및 안정에 상호 중요한 현안들에 대응하는 양자간 방위 협력을 향상하기 위한 의지를 재확인할 것이라고 했다.
제51차 SCM은 오는 15일 서울에서 열릴 것으로 알려져 이를 계기로 한미 국방장관 회담 개최 가능성이 있다.조너선 호프먼 미 국방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다음 주 우리가 한국에 있을 때 그것이 우리 대화의 일부가 될 것임을 사실상 장담할 수 있다”며 “지소미아 문제를 방한 기간 주요 의제로 적시한 뒤 그것은 우리가 해결되기를 보고 싶은 것”이라고 지소미아 유지 입장을 재확인했다.
스틸웰 차관보와 제임스 드하트 미국 방위비분담협상 대표, 키이스 크라크 미 국무부 경제성장·에너지안보·환경담당 차관에 이어 미 국방·외교·안보 책임자들이 잇따라 출동, 지소미아 문제와 방위비, 인도태평양 전략 동참 등의 이슈를 놓고 전방위 여론전에 뛰어든 셈이다.
앞서 에스퍼 장관은 우리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 직후인 지난 8월 29일 한일 갈등 양상과 관련, 한일 양국에 대한 실망을 공개적으로 표현하며 북한과 중국의 위협 등에 대한 한미일간 효과적 대응을 위한 지소미아 연장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방위비 분담과 관련, 에스퍼 장관은 한국에 특정한 공개 발언을 하지는 않았지만 지난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을 향해 무임승차론까지 거론하며 방위비 분담을 압박하는 등 기회가 있을 때마다 동맹국들의 방위비 분담 확대를 촉구해왔다.
하지만 이에 대한 국내 여론이 좋지만은 않다. 설훈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분담금 협상에서 미국이 우리 정부에 47억달러(5조5000억원) 규모로, 현재 분담금의 5배 정도를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누가 봐도 과도하고 불공정하다”며 “과도한 요구를 한다면 국민적 저항에 부딪힐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날 여당 국회의원들이 호혜적 방위비 협상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했는가 하면 시민단체와 대학생들도 과도한 방위비 인상에 반대하는 시위를 계속하고 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