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상하이에서 열린 수입박람회에 참석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버금가는 황제급 의전을 해줘 눈길을 끌었다. 시 주석은 이틀 연속 마크롱 대통령을 만나며 극진히 예우하고 항공기 구매 등 150억달러 규모의 경제협력 선물보따리도 안겨줬다. 이는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트럼프 대통령이 서방과 마찰을 빚는 틈을 이용해 우군을 확보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7일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 5일 상하이에서 열린 제2회 국제수입박람회에서 프랑스를 주빈국으로 선정하고 마크롱 대통령을 가장 중요한 귀빈으로 대접했다. 시 주석은 수입박람회 개막식 연설 직후 마크롱 대통령과 함께 가장 먼저 프랑스 전시관을 찾아 와인을 마시며 친분을 과시했다.
이어 그날 저녁에는 시 주석과 부인 펑리위안 여사는 마크롱 대통령 부부를 상하이의 전통정원인 예원(豫園·위위안)으로 초대해 정원을 함께 거닐며 풍경을 감상하고 국빈 만찬을 했다. 시 주석은 마크롱 대통령에게 “중국 정원과 전통문화의 아름다움을 느껴보기를 바란다”며 “중국과 프랑스는 동서양 문명의 대표로 상호존중하고 교류하면서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중국의 개방 확대를 환영하며, ‘윈윈’을 실현하는 데 힘쓸 것이라고 화답했다. 양국 정상 부부는 전통극인 곤곡(崑曲)과 월극(越劇)도 관람했다.
이날 앞서 펑리위안 여사는 마크롱 대통령의 부인 브리지트 여사와 상하이외국어대학 부속 외국어학교에서 프랑스어 수업을 참관하고, 종이 오리기(剪紙) 등 전통 수공예도 배웠다.
시 주석은 또 6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마크롱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양국 간 무역, 금융, 항공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시 주석은 이 자리에서 “중국 정부는 최근 프랑스에서 유로화 표시 채권 총 40억 유로어치를 성공적으로 발행했다”며 “이는 2004년 이후 처음으로 중국이 유로화 채권을 발행한 것으로, 중국이 파리 국제금융센터 건설을 지지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양국 수교 55주년을 맞아 다시 한번 중국을 방문하게 돼 기쁘다”면서 “프랑스 기업들은 중국의 대외 개방을 계기로 중국 시장 진출을 심화하고, 농산물 수출을 확대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은 시 주석과 만난 뒤 따로 기자회견을 열어 “시 주석에게 홍콩에 대화와 규제 그리고 대화를 통한 안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면서 “나는 분명하게 유럽이 공유하는 우려를 전했다”고 말했다.
양국 정상은 이날 무역과 투자, 산업 등에서 협력 계획인 ‘중국-프랑스 관계 행동 계획’에도 서명했다. 계획에는 중국의 에어버스사 항공기 구매 약속과 양국 간 항공기 엔진 개발 협력, 농업 환경 분야 등의 전방위적인 협력 강화, 무역과 투자 확대에 대한 합의도 담겼다.
양국이 체결한 경제협력 규모는 150억 달러(17조3000억원)에 이른다. 시 주석은 지난 3월 프랑스를 국빈방문했을 때에도 400억 달러(46조원) 규모의 경제협력을 체결한 바 있다.
리커창 총리 태국 순방을 마치고 베이징에 돌아오자마자 마크롱 대통령을 만나 양국 간 전략적 소통 및 실무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중국 지도부 서열 1, 2위가 한꺼번에 방중한 외국 지도자를 만나는 것은 이례적이다.
앞서 시 주석은 2017년 11월 중국을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을 위해 자금성을 통째로 비워 연회를 베풀고 경극 관람을 했으며 중국 지도부가 총출동해 환대하는 등 황제급 의전을 제공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