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사학 스캔들 질의에 ‘발끈’…의회에서 야당 의원에 야유

입력 2019-11-07 15:07
아베 신조 일본 총리. AP뉴시스

최근 각료 2명이 비리 혐의로 잇따라 사임하면서 타격을 받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국회에서 야당 의원을 향해 소리질러 비판을 받고 있다.

7일 아사히신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전날 중의원 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야권 무소속 이마이 마사토 의원이 하기우다 고이치 문부과학상에 대한 질의 과정에서 자리에 앉은 채 야유를 날렸다. 이마이 의원이 아베 총리와 측근 하기우다 문부상이 연루된 의혹을 받는 가케(加計)학원 스캔들과 관련해 질의를 했기 때문이다.

가케학원 스캔들은 아베 총리가 자신의 오랜 친구인 사학재단 가케학원의 가케 고타로 이사장이 대학 수의학부 신설을 정부로부터 허가받는 데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다. 가케학원 스캔들은 아베 총리가 또다른 사학재단 모리토모학원의 국유지 헐값 매입 과정에 부당한 영향력을 발휘했다는 의혹을 받는 모리토모학원 스캔들과 함께 아베 정권에 큰 타격을 입혔다. 당시 총리 퇴진 요구 시위가 잇따르면서 지지율이 바닥을 쳤지만 공무원들이 알아서 기는 ‘손타쿠’와 북한의 잇단 미사일 발사에 따른 ‘북풍’을 앞세워 벗어났다.

가케학원 스캔들과 관련해 하기우다 문부상이 관방부(副)장관이던 2016년 문부성 국장에게 아베 총리의 이름을 거론하며 수의학부 신설을 압박한 내용이 담긴 정부 내부 문서가 2017년 공개된 바 있다. 이마이 의원이 2017년 공개 문서와 관련해 “문부성 직원이 쓴 것이냐”고 묻자 하기우다 문부상이 “문서에 대해서는 나는 모른다”고 답변했다.

그러자 의석에서 자민당 의원들이 이마이 의원을 비판하는 야유를 보냈고, 아베 총리도 “네가 만든 것 아니냐”고 외쳤다. 일본에서 총리가 국회에서 자신의 자리에 앉아 질의하는 의원을 향해 소리를 지르며 야유를 퍼붓는 일은 극히 드물다. 게다가 의혹을 뒷받침하는 문서의 출처를 묻는 의원에게 “네가 만든 것 아니냐”고 외쳤다는 것도 비상식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아베 총리의 야유에 이마이 의원은 “엄청난 모욕”이라고 반발했다. 야당 역시 반발하며 심의가 일시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에 아베 총리는 “좌석에서 발언을 한 것은 죄송하다”고 사과했지만 “누구라도 (작성했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었다며 발언을 철회하지는 않았다. 다나하시 야스후미 예산위원장은 아베 총리가 아닌 니시무라 아키히로 관방부장관을 불러 “각료석에서 불규칙적인 발언을 하는 것을 삼가해야 한다”고 주의를 줬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