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부 직원들, 보복까지 걱정하는 처지
폼페이오의 신망 추락, 북·미 대화에 어떤 영향 미칠지 촉각
미국 외교를 총괄하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이 국무부에서 신뢰를 잃고 있다고 CNN방송이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국무부는 지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탄핵 조사를 야기한 ‘우크라이나 스캔들’로 엄청난 홍역을 앓고 있다. 우크라이나 스캔들이 우크라이나 정부와의 외교 관계에서 촉발된 문제이기 때문에 국무부 전·현직 당국자들이 줄줄이 하원 탄핵 조사위원회에 불려가는 상황이다.
하지만 폼페이오 장관은 국무부 당국자들을 정치적 공격에서 보호하기보다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개인적 관계를 더 우선시한다는 불만이 국무부에서 터져 나온다고 CNN은 전했다.
폼페이오가 지난해 4월 장관으로 임명됐을 때 국무부에선 트럼프 대통령과 가까운 장관이 조직의 이익을 보호할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그리고 취임 이후 1년 동안은 폼페이오 장관이 기대에 부응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스캔들이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 폼페이오 장관의 평판은 땅에 떨어졌고 직원들의 사기는 크게 저하됐다. 국무부 직원들은 보복까지 걱정하는 처지가 됐다. 한 당국자는 “트럼프가 재선하고 폼페이오가 장관에 계속 있을 경우 국무부 공무원들에 대한 반격이 있을 것이라는 걱정이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예스맨’이라고 불린다. 백악관 전 당국자는 폼페이오 장관을 아첨꾼으로 표현했다. 이 인사는 “폼페이오도 다른 사람들이 없는 상황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을 강하게 밀어붙인다”면서도 “그러나 폼페이오는 그의 힘을 사용하길 꺼린다. 용기가 없어서 그런지, 정치적 계산 때문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에릭 에덜먼 전 대사는 “폼페이오가 (은밀히 움직이는)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이었을 때는 트럼프에게 아무도 모르게 아첨을 떨 수 있었으나 국무부 장관이 된 뒤에는 공개적으로 아첨을 떨어야만 했다”고 주장했다.
폼페이오의 아첨이 트럼프 대통령을 좋은 방향으로 이끌지 않는다는 데 더 큰 문제가 있다고 CNN은 지적했다. 폼페이오가 누구보다 트럼프 대통령과 많은 대화를 나누지만 트럼프의 문제 많은 언행을 부추긴다는 것이다.
실제로 폼페이오는 자신의 수석보좌관이었던 마이클 매킨리가 하원 탄핵조사위에 내놓은 증언으로 타격을 입었다. 매킨리는 마리 요바노비치 전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대사가 트럼프 대통령과 그 측근들에게 찍혀 경질되기 직전, 요바노비치를 지지하는 성명을 내자고 세 차례나 제안했으나 폼페이오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폼페이오가 자신이 사업을 했던 캔자스주 연방 상원의원 선거에 출마할 것이라는 얘기도 끊이질 않는다. 폼페이오는 캔자스주 방문을 늘리고 있으며 지역 언론과의 인터뷰에도 적극적이다. 폼페이오는 상원의원 선거 출마 가능성을 닫지 않고 있다. 일부 국무부 당국자들은 폼페이오가 선거 출마를 위해 국무부를 떠나길 희망하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폼페이오가 국무부에서 신망을 잃은 것이 그가 주도적으로 관여하는 북·미 비핵화 협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사다. 북한은 폼페이오를 “미국 외교의 독초”, “훼방꾼”으로 비난하면서 북·미 협상에서 뺄 것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요구하기도 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