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준비생 등이 낸 수십억 원의 보증금으로 외제차를 사고 해외여행을 다니는 등 호화생활을 한 전북 익산의 원룸 임대사업자들이 구속 기소됐다. 이들이 보증금을 탕진하면서도 공과금을 내지 않은 탓에 피해자들은 가스와 전기, 수도가 끊긴 상황에서 생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주지검 군산지청은 사기 등의 혐의로 임대 사업자 A씨(46)와 B씨(31)를 구속기소 했다고 7일 밝혔다. 검찰은 또 통장과 카드 등을 빌려주고 범행을 도운 A씨의 누나를 불구속기소하고 달아난 A씨의 남동생을 지명 수배했다.
친인척 관계인 A씨 등은 2016년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익산에 있는 원광대 주변에서 원룸 임대 사업을 하면서 101명에게서 전세 보증금 39억원을 가로채 개인 용도로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낡은 원룸을 값싸게 사들인 뒤, 기존에 있던 월세 세입자를 내보내고 새로운 임차인에게 전세금을 받아 다시 부동산을 사는 수법으로 원룸의 수를 16개까지 늘린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원룸의 전세 계약 만료 이후에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들의 고소로 수사에 착수했다. 고소장을 낸 이들은 대부분 대학생과 취업준비생 등 청년들이었다.
당초 피해 임차인은 113명(피해액 44억원)으로 알려졌으나 이 가운데 12명(5억원)은 A씨 등이 원룸을 사기 전에 계약한 것으로 확인돼 무혐의 처분됐다.
조사 결과 이들은 임차인이 낸 보증금으로 제주도 펜션 등 5건의 부동산을 사고 국내 카지노에서 도박을 즐긴 것으로 드러났다. 또 고가의 외제 차량을 사고 100여 차례의 해외여행을 다녔다.
A씨 등은 관리비를 받고도 가스·수도·전기·인터넷 요금 등을 체납해 임차인들은 봄과 가을에도 두꺼운 이불을 뒤집어쓰고 생활하는 등 큰 불편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A씨는 “달아난 동생의 단독 범행”이라고 주장했고, B씨는 “시키는 대로 했을 뿐 범행은 알지 못한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달아난 A씨의 동생도 범행을 공모한 것으로 보고 소재 파악에 주력하고 있다”며 “임대 사업자가 편취한 보증금의 구체적인 사용처도 추가로 조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군산=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