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트위터 직원들이 사우디아라비아 당국에 고객 정보를 넘긴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은 사우디 왕가와 정부를 비판한 트위터 이용자의 개인 정보를 빼돌려 사우디 측에 넘긴 것으로 조사됐다. 사우디 정부는 지난해 자국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를 잔혹하게 살해하는 등 반체제 인사의 색출과 탄압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미 법무부는 전직 트위터 직원 알리 알자바라(35)와 아흐메드 아부아모(41), 이들과 사우디 정부 사이에서 연락책을 맡았던 아흐메드 알무타이리(30)를 스파이 혐의로 기소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들이 6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아부아모는 정보 변조 혐의도 함께 받고 있다고 법무부는 밝혔다.
알자바라와 아부아모는 2014~2015년 사이 사우디 정부와 왕가가 지목한 트위터 이용자의 이메일과 IP주소, 생년월일 등 개인정보를 빼돌린 것으로 파악됐다. 법무부는 이들이 사우디에 넘긴 정보가 트위터 사용자를 식별하고 거주지를 파악하는 데 사용됐을 수 있다고 밝혔다. 전직 트위터 직원들은 그 대가로 고급 시계와 현금 등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이 빼돌린 사용자 정보는 상당히 구체적이었다. 알자바라와 접촉한 것으로 추정되는 한 사우디 관리는 자신의 이메일에 저장한 메모에서 “그는 터키인이고 친구가 있다. 이들은 동일한 미시건 주립대 계정을 사용하고 있다”고 기록했다. 다른 메모에서는 “이 사람은 전문가다. 우리는 그를 계속 추적해왔으며 12일 전 그가 암호화 없이 로그인한 사실을 파악했다”고 적었다.
이들 중 아부아모는 지난 5일 시애틀에서 체포됐다고 연방검찰이 밝혔다. 나머지 두 사람은 사우디에 거주 중인 것으로 추정된다. 연방수사국(FBI)은 성명에서 “세 사람은 사우디 정부의 지시와 통제를 받고 활동했다”며 “FBI는 외국 정부가 불법으로 미국 기업에서 개인 정보를 빼돌리는 행위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사우디 정부는 인권활동가와 반체제 인사 등 자국에 비판적인 사람들을 탄압해 국제사회의 지탄을 받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워싱턴포스트(WP)에 비판적 칼럼을 기고해온 자국 언론인 카슈끄지를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영사관으로 유인해 잔혹하게 살해하기도 했다. FT는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는 사우디와 같은 국가들에서 불만을 표출하는 통로를 제공해왔다. 동시에 권위주의 체제가 매력을 느낄만한 대량의 개인정보를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며 “이번 사건은 소셜미디어 업체의 개인정보 보안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고 평가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