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12일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상벌위원회는 이장석 전 서울 히어로즈 대표이사에 대해 영구실격 처분을 결정했다. 정운찬 총재는 한국시리즈가 끝난 뒤인 11월 16일 상벌위원회의 자문을 최종 승인했다.
당시 상벌위는 KBO규약 부칙 제1조(총재의 권한에 관한 특례)에 의거해 2심 판결에서 서울중앙지법으로부터 횡령 및 배임 혐의로 징역 3년6개월을 받은 이 전 대표에게 영구실격을 결정했다. 징역 3년 및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은 남궁종환 전 부사장도 마찬가지다.
KBO는 이 전 대표가 어떠한 형태로든 KBO리그에 관계자로 참여할 수 없으며, KBO리그에 더 이상 복권이 불가능하다고 못박았다. 특히 KBO는 히어로즈 구단 경영에 관여한 정황이 드러날 경우 구단은 물론 임직원까지 강력 제재하겠다고 밝혔다.
상벌위는 이 전 대표 등이 구단 운영에서 불법적 행위로 사적 이익을 취하고,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점, 나아가 KBO리그의 가치와 도덕성을 훼손시킨 점 등에 대한 책임을 물었다고 징계 사유를 밝혔다. 이와함께 KBO는 대리인을 포함해 이 전 대표의 직·간접적인 경영 참여 방지책을 제출할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그리고 1년여가 흐른 지금 이 전 대표의 옥중 경영 논란이 또다시 불거졌다. 키움이 한국시리즈 준우승 감독인 장정석 감독과의 재계약 대신 손혁 신임 감독을 선임하면서 불거졌다. 이 전 대표의 접견 사실과 재계약 지시 정황이 드러났다는 이유에서였다. 사실로 확인될 경우 당시 제재를 또 한번 어긴 셈이 된다.
여기에다 임은주 부사장의 녹취록 논란, 허민 이사회 의장의 과도한 개입 등으로 키움 사태는 말그대로 난타전 양상으로 변질되고 있다. KBO는 8일까지 관련 경위서를 제출하라고 요구해놓은 상태다.
KBO가 이제 나설 때가 됐다. KBO 총재의 권한은 막강하다. KBO야구 규약 제2장(총재) 제4조를 보면 총재는 리그 관계자 사이에 분쟁이 있는 경우 사정을 청취하여 중재할 수 있는 재정 권한을 가진다고 되어 있다.
또 총재는 리그 관계자가 KBO 규약을 위반하는 경우 재결을 통해 적절한 제재를 가할 수 있다고도 되어 있다. 회원(구단)의 경우 자격 박탈 또는 정지, 구단에 대한 제재금 부과, 경고 처분을 등을 내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개인의 경우 실격처분 또는 직무정지, 참가활동정지, 제재금 부과, 경고 처분 등을 명시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조항은 KBO규약 부칙에 나와 있다. 제1조 총재의 권한에 관한 특례 조항이다. 총재는 리그의 무궁한 발전과 KBO의 권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KBO규약에 명시적으로 규정하지 않은 사항에 대해서도 제재를 내리는 등 적절한 강제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재 이 전 대표는 이미 영구실격 처분을 받은 상태다. 사외 이사에 불과한 허민 이사회 의장의 과도한 개입 문제가 되고 있다. 양측 모두의 개입을 막아내는 조치가 필요하다.
KBO 총재가 할 수 있는 조치가 있다. 제2장 14조를 보면 응급조치를 발동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키움 히어로즈를 이끌어갈 새로운 지도부를 세우는 게 가능하다고 본다. 관선 이사 파견과 비슷한 방식이다. KBO가 또다시 뒷짐지고 방관한다면 야구팬들의 거센 후폭풍에 직면할지 모른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