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만에 와 “외국 갔었다” “유가족들”… 두번 운 실종자 가족

입력 2019-11-07 10:03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권영진 대구시장. 뉴시스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권영진 대구시장 등 경북 지역 의원들이 독도 소방헬기 추락 사고 실종자 가족들을 찾았다. 사고 발생 일주일 만에야 나타난 이들은 분노한 실종자 가족들의 거센 항의를 받은 뒤 빠르게 현장을 빠져나갔다.

이 도지사와 권 시장은 6일 오후 6시20분쯤 대구 강서소방서를 방문했다. 배지숙 대구시의회 의장, 장경식 경북도의회 의장도 동행했다. 이들은 실종자 가족들이 모인 가족 대기실이 아닌 범정부현장수습지원단을 먼저 찾아 실종자 수색 진행 상황을 보고받았다.

뒤이어 찾은 가족 대기실에서 이들을 본 실종자 가족들은 “쇼하지 말라”며 강하게 항의하기 시작했다. 사고가 터진 지 일주일이 다 돼서야 나타난 이 지사를 향한 지적이 이어지자, 그는 “외국에 있었다”고 답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 장경식 경북도의회 의장, 권영진 대구시장, 배지숙 대구시의회 의장이 6일 오후 독도 헬기 추락사고 실종자 가족이 있는 대구 강서소방서를 방문했다. 한 실종자 가족이 사고 발생 7일째 가족대기실을 찾은 이들을 향해 울분을 쏟아내고 있다. 뉴시스

그 말에 한 가족은 “목숨보다 더 중요한 게 어디 있느냐. 사과에도 골든타임이 있다”며 울분을 토했다. 또 다른 가족은 “경북에서 일어난 일이다. 이게 외국 일보다 중요하지 않느냐”며 “사진 찍고 마음 편하려고 왔나. 도지사 자격이 없다”고 책상을 내려치기도 했다.

이날 권 시장은 “(범정부현장수습) 지원단이 (강서소방서에) 설치돼 있으니 대구시가 지원할 게 있는지 보러 왔다”며 “대구·경북에서 유가족 지원이 필요한 게 있으면 연락을 해달라”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권 시장은 실종자 가족을 ‘유가족’이라고 표현하는 실수를 하기도 했다. 권 시장의 실언이 여러 차례 반복되자 이승우 지원단장이 ‘실종자 가족’이라고 바로 잡았다.

한 실종자 가족이 권영진 대구시장을 붙잡고 오열하며 항의하고 있다. 뉴시스

권 시장 역시 실종자 가족들의 항의에 부딪혔다. 한 가족은 권 시장을 수차례 밀치며 “우리 오빠 살려내라 여기 오지 말고 살려내라”고 울부짖었다. 실종자 가족들의 계속된 외면에 이 지사와 권 시장 등은 가족 대기실에 잠깐 머문 뒤 곧장 소방서를 빠져나갔다.

앞서 사고는 지난달 31일 오후 11시26분쯤 응급환자와 보호자, 소방대원 등 총 7명이 탄 중앙119구조본부 소속 헬기가 추락하며 발생했다. 수색 당국은 지금까지 이종후(39) 부기장과 서정용(45) 정비실장, 선원 A씨(50) 시신 3구를 수습한 상태다. 남은 실종자는 4명이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