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도시 교외지역 주부들, 트럼프 ‘최대 적’으로 부상
켄터키주 공화당 후보, 패배 불복·재확인 요청
지역 이슈·낮은 투표율로 “트럼프 패배 아냐” 반론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입장에선 우려가 현실이 됐다. 미국 4개 주에서 5일(현지시간) 실시된 지방선거에서 공화당이 참패했기 때문이다. 공화당으로선 지난해 11월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에 연방 하원을 빼앗긴 이후 2연패를 당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6일 “대도시·교외 지역에서 ‘반(反) 트럼프 열풍(fervor)’이 불었다”면서 “역사적으로 낮은 실업률 등 경제호황에서도 유권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불만을 표시했다”고 지적했다.
이번 선거는 전체 50개 주 중 버니지아주·켄터키주·뉴저지주·미시시피주 4곳에서 열린 ‘미니 지방선거’였다. 그러나 내년 11월 3일 미 대선을 1년 앞두고 처러진 선거라 ‘대선 풍향계’라는 평가를 받았다. 뚜껑을 열어보니, 전통 강세지역인 미시시피주에서만 공화당이 이겼을 뿐 나머지 3개주에서 민주당이 승리를 거뒀다.
미국 언론들은 켄터키 주지사 선거와 버지니아주 주의회 선거에서 민주당이 승전을 거둔 것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전날 켄터키주를 찾아 선거유세에 나섰으나 패배를 막지 못했다.
WP는 “대도시 교외지역에서의 민주당 약진이 공화당에게 깊은 시름을 안길 것”이라고 전했다. 전통적으로 민주당은 도시 지역에서, 공화당은 농촌 지역에서 각각 우세를 보였다. 그 중간의 교외지역은 우열을 가늠하긴 힘든 중간지대였다.
CNN방송의 2016년 미 대선 출구조사에 따르면 교외지역에서 트럼프 당시 후보와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는 각각 49%의 지지를 얻으며 동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교외 지역이 민주당으로 넘어갔다는 것이 미국 언론들의 평가다.
개표 결과, 켄터키주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루이빌과 2위 렉싱턴에서 민주당 몰표가 나왔다. 대도시와 교외지역의 민심을 잃으면서 공화당은 텃밭이었던 켄터키주에서 패배를 면치 못했다. 버지니아주에서도 대도시 주변에서 표가 쏟아지면서 민주당이 25년 만에 주(州) 상·하원을 차지했다.
트럼프의 가장 강력한 적은 교외 거주 주부들이다. 특히 대졸 이상 학력의 주부들은 트럼프에게 강한 반감을 갖고 있어 민주당에겐 천군만마다. 자녀들을 축구장에 데리고 다녀 ‘사커 맘’ 등으로 불리는 주부들은 본인 표 뿐만 아니라 부동심 표심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WP는 전했다.
주부층을 포함한 ‘반 트럼프’ 표심은 그의 거칠고, 충동적인 언행에 거부감을 느끼고 있다. 그러나 CNN은 “트럼프는 거친 언행을 해도 고정 지지집단은 그를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하기 때문에 성향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화당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회의론이 늘어가는 것도 변수다. CNN은 “트럼프 탄핵 조사가 이번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면서 “공화당 상·하원 의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공화당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고민할 것”이라고 전했다.
켄터키 주지사 선거에서 패배한 공화당 현직 주지사 매트 베빈은 선거 결과에 승복하지 않고 투표 결과 재확인을 요청했다. 앤디 베셔 민주당 후보는 49.2%의 득표율로, 48.8%의 베빈 주지사(48.8%)에 신승을 거뒀다. 두 후보의 표차는 5000여 표에 불과했다. CNN은 “전면적인 재검표는 이뤄지지 않으며 결과 재확인은 투표기계에서 확인증을 다시 재출력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 선거 결과를 ‘트럼프 책임론’으로만 돌릴 수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번 결과를 가지고 내년 대선을 전망하는 것은 무리라는 것이다. 우선, 지방선거였기 때문에 지역 이슈가 표심에 많이 반영됐다는 것이다. 투표율도 낮았다. 가장 투표율이 높았던 켄터키 주지사 선거의 투표율이 42.16%로 추산됐다.
켄터키 주지사 선거에서 패배한 베빈 주지사는 인기가 바닥인 인물이라 그의 낙선을 트럼프나 공화당의 패배로 돌릴 수 없다는 분석도 있다. 뉴욕타임스는 “켄터키 유권자들이 베빈을 거부한 것이지, 공화당을 거부한 것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민주당의 주의회를 탈환한 버지니아주도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 당시 후보에게 패배를 안겼던 지역이다. 버지니아주에서의 이번 공화당 패배가 충격적인 뉴스는 아니라는 뜻이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