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의 쓴소리…“당 지도부, 총선 승리 이끌 지도역량 안보여”

입력 2019-11-07 09:38 수정 2019-11-07 09:49
대구에서 수도권 험지로 출마 지역 ‘선회’ 시사

황교안 당대표 체제가 들어서기 전 7개월간 자유한국당을 이끌었던 김병준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현재의 당 지도부를 향해 쓴소리를 던졌다. 내년 총선 준비를 감당하기에 지금의 지도부 역량에 의구심이 든다는 것이다.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 뉴시스

김 전 위원장은 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국당의 인적쇄신 문제가 터져 나오고 있지만, 문제의 본질은 인적쇄신 그 자체가 아니라 당 지도부의 낮은 지도역량에 있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그는 “바람직한 수준의 인적쇄신을 하고, 더 나아가 당 쇄신과 보수통합을 통해 총선을 승리로 이끌 수 있는 지도역량이 보이지 않는다”고도 했다. 황 대표가 6일 범보수권을 향해 통합 협의기구 구성을 공식 제안하면서 본격적인 보수통합 행보에 나선 다음 날, 그 역량에 공개적으로 의문을 표한 셈이다.

김 전 위원장은 “조국 사태 이후만 해도 그렇다”며 “국민이 기대하고 있는 쇄신과 통합의 움직임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오히려 국민이 만든 승리에 당이 먼저 축배를 들었고, 시대변화에 맞지 않는 인물을 영입하는 등 이해하기 힘든 일도 이어졌다”며 “민심을 잘못 읽는 오독(誤讀)에, 자신들의 그릇된 판단을 민심 위에 두는 오만이 수시로 더해진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대로 총선을 치를 수 있을까”라며 “문재인정부 심판을 외치겠지만, 국민들은 당이 심판자로서의 자격을 갖추었는지를 먼저 물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인적 구성과 추구하는 가치, 그리고 그 내재적 문화와 규범에 있어서, 지금의 지도부가 이를 위한 일들을 해낼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위해 회의실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전 위원장은 “제 자신의 책임도 크다”며 “비대위원장 시절 자유와 자율의 가치를 기본으로 하는 탈(脫)국가주의 기치를 세우기도 하고, 21명의 현역 의원을 당협위원장에서 배제하기도 했지만, 지금 당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보며 그 어느 것도 내면화되거나 체화(體化)되지 못했음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런 가운데 저의 대구(수성갑) 출마 가능성에 대한 비판과 수도권 출마 요청이 제기되고 있다”며 “대구출마는 그 나름 의미가 있다. 보수정치의 중심인 대구가 그 정치적 위상을 회복해야 보수정치가 바로 서고, 당도 바로 설 수 있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대구 출신으로, 그 중 가장 어려운 지역에서 그 일익을 담당하는 것이 의미 없는 일은 아닐 것”이라고 했다.

다만 “한동안 당을 책임졌던 사람으로서, 또 그 책임과 의무를 완수하지 못한 사람으로서, 제 판단만으로 출마 여부와 지역구를 결정할 생각은 없다”며 “문제가 제기된 만큼 숙고하겠다. 우리 정치와 당을 위해 헌신할 수 있는 길이 무엇인지 찾겠다는 뜻도 거듭 밝힌다”고 했다.

이를 두고 대구에서 수도권 ‘험지’로 출마 지역을 이동할 가능성을 시사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 전 위원장은 “끝으로 당 지도부에 말씀드린다. 그동안 자제해 왔던 말씀을 드리는 것이니 너무 가볍게 듣지는 말아 주시기 바란다”며 조속한 지도역량 강화를 주문했다.

그는 “인적쇄신 문제만 해도 재선, 3선의 선수(選數)가 문제가 아니다”며 “국민이 받아들일 수 있는 명분 원칙 기준을 하루빨리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그 이전에 지도부와 그 주변 인사들의 헌신과 희생이 있어야 그 그립을 제대로 잡을 수 있다는 점, 잊지 마시기 바란다”면서 “때로 버리지 못하면 버림을 받는다. 무엇으로 지도역량을 강화할지 깊이 고민해 주시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