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교거부 독려한 伊교육부장관, ‘기후변화 의무교육’ 추진

입력 2019-11-07 05:00
플래카드를 든 시위대가 지난 9월 호주 시드니에서 기후변화 대책 마련 및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0(제로)으로 만든다는 목표를 지킬 것을 촉구하는 '기후를 위한 세계 파업'(Global Strike 4 Climate)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AP뉴시스

이탈리아 정부가 내년부터 기후변화 이슈를 공립 초·중·고교의 의무교육과정에 포함하기로 했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재앙 우려가 전 세계적으로 퍼지는 가운데 나온 조치다.

로렌초 피오라몬티 이탈리아 교육부 장관은 전날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공공학교의 모든 학생들은 조만간 기후변화와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에 대해 교육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를 통해 이탈리아가 환경 교육에 있어 세계 선두주자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피오라몬티 장관은 오랫동안 환경문제를 중시해온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 소속으로, 당내에서도 가장 적극적인 환경보호론자로 꼽힌다. 그는 설탕과 플라스틱에 대한 과세를 지지하고, 지난 9월에는 학생들이 주도하는 전 세계적 기후변화 대응 촉구 시위를 하며 등교거부를 하자 일선 학교에 결석처리를 하지 말아달라는 통보문을 보내 보수세력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로렌초 피오라몬티 이탈리아 교육부 장관. 사진=로이터연합뉴스

피오라몬티 장관은 내년 9월 시작되는 정규 학기부터 모든 공립학교 학생들은 기후변화 관련 수업을 연간 총 33시간 이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주일에 1시간꼴이다. 그는 1년 33시간 교육이 궁극적으로 유엔(UN)이 기후 의제를 전체 교과과정에 포함시키기 위한 시범 프로그램으로 여겨질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6~11세 어린이들은 동화 모델(fairy-tale model)을 준비하고 있다. 피오라몬티 장관은 “다른 문화권의 동화를 통해 환경과의 연결을 강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학생은 좀 더 기술적인 정보를 배우고, 고등학생은 유엔의 ‘지속가능한 발전 2030 아젠다’에 대해 깊이 있게 공부한다. 그는 교육부가 내년 1월까지 교사들을 훈련시킬 준비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환경 교육은 학생들의 윤리교육에서 시작해 향후 다양한 과목으로 통합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리·수학·물리학 등과 같은 전통 교과목도 지속가능한 개발 이슈의 관점에서 수업이 진행될 예정이다.

환경단체들은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도 주의를 당부했다. 이탈리아 대표 환경단체 레가 암비엔테(Legambiente)의 부회장 에두아르도 잔치니는 “아이들에게 지속가능성에 대해 가르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면서도 “(기후변화 대응) 책임을 단순히 아이들에게 떠넘겨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과학은 우리에게 향후 10년이 중요하다고 말한다”며 “우리는 다음 세대까지 기다릴 시간이 없다”고 지적했다.

피오라몬티 장관의 계획이 과도하게 독선적일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환경단체 암소비엔테 회장인 치코 테스타는 학생들이 기후변화 부정론자의 관점을 포함해 여러 입장에 노출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사람의 견해를 듣는 일은 좋다”며 “UN이 말하는 것이 복음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