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지부장은 6일 국민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항소심에서 제가 승리했다는 기사가 여기저기서 나왔지만 저는 전혀 그렇게 생각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불만을 숨기지 않았다.
앞서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5일 박 지부장이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대한항공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대한항공이 박 지부장에서 7000만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대한항공의 불법 행위 내용을 볼 때 회사가 지급할 위자료를 1심보다 높게 잡아야 한다고 설명하면서도 박 지부장에 대한 기내방송 자격 강화 조치에 대해 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는 등 나머지 항소는 모두 기각했다.
조 전 부사장은 2014년 12월 5일 미국 뉴욕 존 F. 케네디 국제공항에서 땅콩 제공 서비스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며 박 지부장에게 20여분간 폭언을 퍼붓고 비행기를 되돌린 뒤 박 지부장을 내리게 하는 등 갑질 논란을 자초했다.
이 일로 업무상 재해를 인정받아 휴직했던 박 지부장은 2016년 5월 복직하는 과정에서 인사상 불이익을 당했다며 조 전 부사장과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대한항공이 박 지부장에서 20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조 전 부사장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와 대한항공에 대한 강등처분 무효 확인 청구는 기각했다.
그는 1심 판결 보다는 나아졌지만 2심 판결 또한 사람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하지 않는 한국 사회의 단면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박 지부장은 “(조현아 전 부사장은) 경영 책임을 노동자에게 넘기며 희생을 강요하고 무수한 갑질로 스스로 기업 가치를 훼손하고도 노동자는 생각도 하지 못할 금액의 퇴직금을 챙긴 반면 법원은 저 박창진의 존엄을 7000만원으로 판결했다”면서 “이는 우리 사회가 세습경영과 자본권력으로 무장한 이들의 목소리를 더 듣는다는 걸 알려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조 전 부사장은 대한항공에서 퇴직금으로 6억8000만원을 받았다.
앞서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일부 언론과 국민들조차 자신을 향해 ‘갑질을 트집 잡아 돈을 뜯어내려고 한다’고 몰아세우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박 지부장은 “땅콩 회항 사건 이후 미국에서 손해배상 소송을 하자 한국에서는 ‘욕심 부리는 나쁜 놈’이라는 비난이 난무했고, 일부 언론은 ‘헉! 어마어마한 거액 요구’ 등의 제목으로 절 비판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에서는 제대로 된 배상을 받을 수 없다는 현실을 잘 알고 있다고 했다. 박 지부장은 “거대 자본권력을 상대로 저항을 한 제가 겪을 미래는 자명해 보였다”면서 “제가 미국인이었다면 상황은 전혀 다르게 흘러갔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인간의 가치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두고 한국과 미국은 왜 다른 판단을 하는지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고 적었다.
박 지부장은 인간의 권리와 존엄을 존중하는 사회가 되기 위해선 자신이 나서야 한다고 다짐했다. 그는 “이제 사람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하고,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가 돼야 한다”면서 “이번 판결은 제 전의를 더욱 붙타오르게 한다. 추가적인 법적 대응을 어떻게 할지 고민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