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원이 추진 중인 ‘트럼프 탄핵조사’의 핵심증인으로 손꼽히는 고든 선들랜드 유럽연합(EU) 주재 미국 대사가 미국의 우크라이나 군사원조 보류와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 대한 뒷조사 압박 사이 연관성을 부정했던 당초 진술을 “이제야 기억났다(I now do recall)”며 뒤집은 것으로 전해졌다. ‘우크라이나 스캔들’의 핵심 관여자가 핵심 쟁점인 ‘대가성’에 대해 사실상 인정한 셈이다.
로이터통신, CNN 등은 5일(현지시간) “미 하원이 지난달 17일 진행된 비공개조사에서 선들랜드 대사가 진술한 증언과 전날 추가 제출된 3쪽 분량의 보충 증언이 담긴 증언록을 공개했다”고 보도했다. 공개된 증언록에 따르면 선들랜드 대사는 당초 우크라이나 군사원조 보류와 조 바이든 전 부통령 수사 압박 간 연관성을 부인했으나 보충 증언에서 이를 번복했다.
선들랜드 대사는 “안드리 예르마크(우크라이나 대통령 고문)에게 ‘우크라이나가 지난 몇 주간 논의한 반부패 공개성명을 내놓기 전까지는 미국의 원조 재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개인적으로 말한 게 이제서야 기억난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측은 바이든 전 부통령과 그의 아들인 헌터 바이든이 우크라이나 가스회사의 부정부패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수사해달라고 우크라이나를 압박해왔다. 반부패 공개성명은 이에 대한 조사를 약속하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공식 성명을 뜻한다.
선들랜드 대사는 예르마크 고문과의 대화는 9월 1일 이뤄졌으며, 빌 테일러 우크라이나 주재 미 대사대리 등 다른 당국자 증언을 보고 기억을 되살렸다고 진술 번복 이유를 설명했다.
미 온라인매체 악시오스는 선들랜드 대사의 보충 증언에 대해 “대사가 우크라이나 측에 그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경우 군사 원조를 받을 수 없다고 말한 것”이라고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도 “선들랜드 대사가 우크라이나에 바이든 전 부통령 수사 개시에 대한 ‘퀴드 프로 쿠오’(quid pro quo·대가)를 제시하는 역할을 했다는 점을 인정했다”고 평가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