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익 너무 믿지 마세요”… 금감원 ‘P2P 대출’ 소비자 경보 발령

입력 2019-11-06 16:59

직장인 황모(35)씨는 지난해 7월 ‘개인 간 거래(P2P)’ 투자상품에 1000만원을 넣었다. 부동산 소액투자로 연 10%가 넘는 수익률을 거둘 수 있다는 말에 솔깃했다. 이 상품들은 여러 사람의 돈을 모아 한 건물에 투자하는데, 해당 건물을 담보로 잡고 있어 원금 손실률이 ‘0%’라고 홍보했다.

하지만 만기(1년)가 3개월이나 넘었는 데도 몇몇 상품은 이자는커녕 원금조차 돌려주지 않았다. P2P 업체에 항의했지만 “조금만 기다려 달라”는 말만 되돌아왔다. 황씨는 “은행 이자보다 훨씬 높은 수익률을 주는 데다, 부동산 담보 상품이라 안전하다고 믿었다가 속앓이를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금융감독원이 6일 부동산 대출을 중심으로 빠르게 커지는 P2P 상품에 ‘소비자 주의’ 경보를 발령했다. 높은 수익률을 앞세우면서 빠르게 투자자금을 모으고 있지만, 연체율도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어서다. 향후 부동산 경기가 고꾸라지면 대규모 투자자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진다. 금감원 관계자는 “고수익을 안겨줬던 투자상품에서도 회수 지연 및 손실 사례가 발생할 수 있어 신중한 투자 자세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으로 P2P 업체 105곳의 대출 잔액은 1조7801억원에 이른다. 전년(1조4622억원) 대비 21.7% 증가했다. 이 가운데 금감원의 자료 제출 요청에 응한 37개 업체의 부동산 관련 대출 잔액은 8797억원으로 1년 전(5444억원)보다 61.6%나 늘었다.

부동산 관련 P2P 대출의 연체율(30일 이상)은 5.5%로 1년 전보다 3.2% 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부동산 담보대출(71.3%)과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은 120일 이상 장기 연체 비중이 각각 71.3%, 70.5%에 달했다.

금감원은 “P2P 대출 상품은 원금이 보장되지 않는다. 차입자가 채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손실이 투자자에게 귀속되는 고위험 상품”이라고 강조했다. P2P 투자를 하기 전에 해당 업체가 금융위원회 등록업체인지 확인하고, 과도한 이벤트를 내건 업체는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이벤트로 투자자를 현혹하는 업체일수록 불완전판매나 대출 부실 가능성이 크다.

P2P 금융은 지난달 31일 이른바 ‘P2P 금융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며 제도권 금융으로 정식 편입됐다. P2P 산업에 대한 법적 근거가 마련되면서 영업행위 규제, 투자자·차입자 보호제도 등도 속속 정비될 예정이다. 금융 당국은 시행령 등 하위 법령을 마련해 내년 하반기부터 본격 시행할 방침이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