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서 한 대학생이 경찰이 쏜 최루탄을 피하려다 주차장에서 추락해 생명이 위독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당시 경찰이 구급차 진입을 막았다는 주장도 나와 파문이 일고 있다.
6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지난 4일 오전 1시쯤 홍콩 정관오 지역에서 홍콩과기대학 학생 차우츠록씨가 경찰이 쏜 최루탄을 피하려다 지상 주차장 3층에서 4m 아래 2층으로 떨어졌다. 3층 주차장 난간 너머로 여유 공간이 있다고
착각한 것으로 보인다.
차우 씨는 떨어질 때 충격으로 머리에 심각한 손상을 입고 뇌출혈을 일으켜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 차우 씨는 병원에서 두 차례 수술을 받았지만, 아직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으며 뇌사 증상까지 나타나고 있다고 병원측은 전했다.
게다가 사고 당시 경찰이 구급차의 진입을 막았다는 증언까지 나왔다. 현지 주민 등 목격자들에 따르면 차우씨가 추락한 시간은 이날 오전 12시 45분에서 1시 사이로 추정된다. 이후 오전 1시 10분쯤 응급 구조요원이 현장에 도착했다. 차우 씨는 의식을 잃고 많은 피를 흘린 채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응급구조요원은 무전기로 구급차를 급히 보내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무전을 받은 구급차 운전사는 “경찰이 길을 막고 있어 진입할 수 없다. 빙 돌아서 가야 한다”고 답했다.
결국 구급차는 오전 1시 29분에 현장에 도착했고, 차우 씨를 태우고 떠난 시간은 1시 41분쯤이었다. 사고 후 생명이 위독한 상황에서 병원에 이송되기까지 40분 이상이 걸린 것이다.
응급 구조요원이 차우 씨를 치료할 때 폭동 진압 경찰이 도착해 그에게 총을 겨누었고, 구조요원이 “사람을 구하는 게 우선이다”라고 소리치자 현장을 떠났다는 증언도 나왔다. 경찰은 차우 씨를 실은 구급차 방향으로 최루탄을 발사하기도 했다..
경찰은 지난 8월 31일에도 프린스에드워드 역에서 지하철 차량 내부까지 들어가 시위대와 시민들을 무차별적으로 구타하는 과정에서 실신한 시민을 응급구조원이 도우려 하자 이를 저지해 비난을 받았다.
당시 구조요원이 “저는 부상자들을 돕고 싶습니다. 부상자들을 구할 수 있게 해주세요”라고 호소했지만 경찰은 돌아가라는 대답만 했다. 이 구조요원은 땅바닥에 주저앉아 엉엉 울었다. 당시 부상자들은 3시간 후에야 병원으로 이송됐다.
한편 홍콩 시위대의 지탄을 받는 친중파 입법회 의원 허쥔야오(주니어스 호)는 6일 오전 흉기 공격을 당했다.
이날 오전 8시 44분 무렵 홍콩 툰먼 지역에서 구의원 선거 유세를 하던 허쥔야오에게 한 남성이 다가와 사진을 찍자고 제안한 뒤 가슴에서 흉기를 꺼내 휘둘렀다.
허쥔야오는 가슴에 상처를 입고 피를 흘려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이다. 허쥔야오는 흰옷을 입은 100여명의 괴한들이 시민들을 무차별로 공격한 ‘위안랑 백색테러’를 지지해 홍콩 시위대의 거센 비난을 받는 인물이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광둥성 정부는 중국 남부지방에서 처음으로 홍콩과 마카오 출신 대졸자들 공무원으로 채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홍콩에서 격화되는 반정부 시위를 누그러뜨리려는 ‘당근’으로 해석된다.
광둥성은 홈페이지를 통해 3115명을 뽑는 올해 공무원 시험에서 중국 본토 대학에서 공부한 홍콩 출신들에게도 기회를 주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홍콩·마카오학회 관계자는 “홍콩에서 오래 지속되는 폭동에도 불구하고 특별행정구역에 대한 본토의 높은 신뢰도를 보여준다”며 “이 정책이 홍콩과 마카오 졸업생들을 끌어들일 수 있고, 실제 본토에 대한 그들의 이해를 증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중국 교육부는 지난 1월 홍콩, 마카오, 대만 거주자들이 본토에서 초중학교 교사가 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정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