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콥 리스 모그 영국 보수당 하원 원내대표가 72명의 목숨을 앗아간 2017년 런던 그렌펠 아파트 화재 참사에 대한 막말성 발언으로 희생자 모욕 논란에 휘말렸다.
리스 모그 대표는 5일(현지시간) 전날 LBC와의 인터뷰에서 그렌펠 참사와 관련해 ‘희생자들이 상식이 없어 참사를 피하지 못했다’는 뉘앙스의 발언을 한 것에 대해 하루만에 사과했다. 야당인 노동당을 주축으로 영국 각계에서 희생자들의 비극을 모욕하는 망언이라는 비판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리스 모그 대표는 당시 인터뷰에서 최근 공개된 그렌펠 참사 1단계 조사보고서에 대해 진행자와 이야기를 나누던 중 “보고서를 곱씹어 읽어볼수록 (희생자들이) 화재 대응 방침을 무시했다면 훨씬 더 안전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 생각에 우리가 있는 곳에 불이 났다면 우리는 소방대가 무슨 말을 하든 간에 불타고 있는 건물을 떠날 것이다. 그렇게 하는 것이 상식적인 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런던의 공공 임대아파트 그렌펠 타워에서 지난 2017년 6월 14일 발생한 화재 사고는 영국 역사상 최악의 참사 중 하나로 손꼽힌다. 그렌펠 참사 조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참사 후 2년 4개월여만에 1단계 조사보고서를 발간해 당시 소방당국의 화재 대응 전략을 비판했다. 영국의 재난 대응 지침에는 화재시 제자리에 ‘가만히 있으라’는 내용이 있다. 소방관들이 쉽게 화재 현장으로 진입할 수 있도록 고안된 지침이다. 참사 당시 그렌펠 타워 외벽을 싸고 있는 가연성 알루미늄 피복재가 순식간에 타면서 30분 만에 옥상까지 불길이 번졌지만, 소방당국은 화재 발생 이후에도 2시간 가까이 ‘가만히 있으라’는 권고를 유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보고서는 소방당국의 미숙한 대응을 참사의 원인 중 하나로 분석했지만 리스 모그 대표는 ‘상식 부족’을 운운하며 사실상 참사의 책임을 희생자들에게로 돌린 셈이다. 그렌펠 화재 피해자 모임인 ‘그렌펠 유나이티드’는 리스 모그 대표의 발언에 대해 “모욕적”이라며 분개했다.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는 트위터를 통해 “그렌펠 참사처럼 전적으로 예방이 가능했던 비극에 대해 희생자들의 상식이 부족했다고 말하는 것은 무슨 심보인가? 당시 사람들은 겁에 질렸고, 많은 희생자들이 탈출을 시도하다 숨졌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 소속 데이비드 래미 하원의원도 리스모그 대표의 발언을 질책하며 “희생자들의 죽음을 모욕하고 폄하하지 말라”고 비판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