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전주의 한 사립고교에서 답안지 조작사건이 일어나 검찰 수사를 앞두고 있어 고교 상피제(相避制) 논란이 다시 불붙고 있다. 16개 시‧도교육청이 내년부터 ‘국공립 고교 교원-자녀 간 동일 학교 근무 금지 원칙’을 반영키로 했지만 전북교육청만 나홀로 동참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어서 정책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전북도교육청은 내신시험 답안지 조작사건이 일어난 전주의 한 사립고에 대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6일 밝혔다. 도교육청은 또 답안지를 조작한 직원의 파면을 학교법인에 요구했다.
도교육청에 따르면 이 학교에 대한 감사 결과, 한 직원이 2학년 학생의 1차(중간)고사 ‘언어와 매체’ OMR 답안지 객관식 오답 3개를 정답으로 바꾼 사실을 확인했다. 또 당일 폐쇄(CC)TV가 삭제된 사실을 추가로 밝혀냈다.
해당 학생의 아버지는 올해 2월까지 이 학교에서 교무부장으로 근무했다. 지난해 비슷한 의혹이 일자 지난 3월 스스로 다른 학교로 파견 갔으나 소속은 이 학교에 두고 있다.
도교육청 감사에서 직원은 “답안지를 고친 건 처음이며 학생이 불쌍해서 그랬다”고 주장했고, 전 교무부장은 연관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이번 사건에서 직원과 전 교무부장의 연관성에 ‘합리적 의심’이 드나 감사에서 규명하지 못했다”며 “또 다른 관련자들의 개입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보여 수사를 의뢰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현재 같은 학교에 근무하지 않는데도 연관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드러나면서 상피제 도입의 이유가 명확해졌다는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전북교육자치시민연대는 “법을 제정하고 규칙을 정하는 것처럼 상피제 도입 취지는 교사 또는 자녀들을 잠재적인 범죄자로 예단해서가 아니라 공동체 안에서 최소한도로 지켜야 할 서로 간 약속을 정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특정 교사나 학생의 인권이 아니라 전체 교사와 학생들의 보편타당한 인권의 틀에서 생각한다면 상피제 도입은 전혀 문제 될 일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김승환 전북교육감은 “학생과 교사의 학교 선택권을 보장하고 교사를 잠재적 범죄자로 봐선 안 된다”며 제도 도입에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김 교육감은 최근 “전체 고교 중 사립이 절대적으로 많은 상황에서 공립학교만 적용되는 상피제는 그 효과도 매우 제한적이며 교사의 명예와 자존감에도 큰 상처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부모와 자녀가 같은 학교에서 근무하는 것을 금지하는 상피제는 숙명여고 시험 문제 유출 사건이후 교육부의 권고로 16개 모든 시·도교육청이 도입, 내년부터 시행키로 했다.
전주=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