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품을 통해 다시 보는 제주 4‧3

입력 2019-11-06 16:20
어머니가 희생되던 순간까지 끼고 있던 은반지. 이장 당시 발견돼 지금은 딸의 손에 끼어져 있다.


희생자가 평생을 써 온 이불.

어머니가 희생되던 순간에 끼고 있던 은반지는 이제 딸의 손으로 옮겨졌다. 엄마를 찾아 울던 어린 딸은 죽은 어미보다 더 나이든 노인이 되어 엄마 품이 그리울 때마다 뭉툭한 은반지를 습관처럼 더듬는다.

한 점 한 점의 유품을 통해 제주 4‧3의 역사를 마주하고 희생자들의 아픔을 나누는 자리가 마련된다.

제주4·3평화재단(이사장 양조훈)은 9일부터 한 달간 제주4・3평화기념관 2층 기획전시실에서 '기억의 목소리'를 주제로 제주4・3 71주년 유품 전을 연다.

전시장에서는 희생자가 어릴 적 입었던 100년 된 저고리, 놋쇠 숟가락, 관에서 처음 본 어머니의 은반지, 학살 터에서 발견된 빗 등 70년 전의 기억을 가진 유품들을 만난다. 사진은 고현주 작가가 2년간 유가족 20여 명의 유품과 유해발굴을 통해 확인된 유물을 촬영한 결과물이다. 현장에는 유족들의 가슴 아픈 사연도 함께 자리한다.

고현주 작가는 “70년 동안 사물과 함께한 통탄의 시간을 사물을 통해 다시 다가가 본다”며 “유품을 통해 4·3의 기억을 더듬고 개인의 단편적인 서사가 다시금 조명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작업 소감을 밝혔다.

개막식은 9일 오후 3시다. 개막식에서는 초대작가와 함께 유족, 미술평론가의 토크콘서트가 진행될 예정이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