쏠림현상 심한 수도권은 폐업률 전국 평균 상회
10곳 중 1곳 ‘적자 경영’… “창업 신중해야”
전 세계 커피 공급가격이 주저앉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올해 중순 아라비카 원두 가격은 15년 만에 최저치를 찍었다. 커피 재배농가는 아라비카 원두를 팔아도 ㎏당 2000원도 받지 못한다. 아메리카노 한 잔에 원두 15~20g이 들어간다는 걸 감안하면, 아메리카노 50잔이 팔릴 때 농부 지갑에 2000원이 들어갔다는 뜻이다. FT는 “커피 산업이 지속될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은 어떨까. 서울 종로구에서 5년째 스터디 카페를 운영하는 이모(32)씨는 최근 한숨이 늘었다. 3년 전만 하더라도 대전에 체인점을 낼 정도로 자신이 넘쳤다. 매장에 취업 전문상담가를 초청해 강연회를 여는 등 색다른 이벤트로 다른 커피 매장과 차별하기도 했다. 하지만 저가 공세 앞에 속수무책이다. 이씨는 “스터디 카페라도 한 잔에 1000원도 되지 않는 근처 무인 커피전문점을 당해낼 수 없었다”며 “3년 전과 비교하면 매출이 절반 수준”이라고 토로했다.
한국 커피시장도 ‘레드 오션(경쟁이 치열해 성공하기 힘든 시장)’을 향해 항해 중이다. 전국의 커피전문점은 7만개에 이르고, 지난해에만 1만4000여곳이 문을 열었다. 90분마다 1개 꼴로 생겨났다. 여기에다 수도권에 약 40%에 몰려 쏠림 현상도 심각하다. 창업 수는 줄어드는 반면 폐업 수는 늘고 있다. 그나마 살아남은 매장의 평균 매출액마저 2015년 이후 추락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무작정 창업에 나서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6일 발표한 ‘커피전문점 현황 및 시장여건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커피 전문점은 지난 7월 기준 7만1000개에 달한다. 2011년부터 2016년까지 매년 전년 대비 10% 이상 증가했다. 통계청 등 정부 기관과 민간조사기관이 제공하는 데이터와 KB부동산 ‘리브온’ 상권분석 서비스를 활용해 분석한 결과다.
보고서에 따르면 커피 시장은 ‘무늬만 성장’을 하고 있다. 창업률은 떨어지는데 폐업률은 뛴다. 커피전문점 창업률은 2014년 26.9%로 고점을 찍은 뒤 지난해 22.0%까지 떨어졌다. 같은 기간 폐업률은 11.0%에서 14.1%로 올랐다.
지역별 ‘쏠림’도 심하다. 경기(1만5000개), 서울(1만4000개)에 전체 커피전문점 매장의 41.2%가 몰려 있다. 이 때문에 경쟁 심화로 장사를 접는 매장도 늘어났다. 경기와 서울 지역 모두 전국 평균 폐업률을 웃돌았다.
매출 실적을 보면 경쟁 심화를 실감할 수 있다. 커피전문점 총매출은 2016년 7조1000억원에서 2017년 7조9000억원으로 증가했지만, 업체당 영업이익은 1180만원에서 1050만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전체 커피전문점의 11.0%는 적자 영업을 하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간판을 갈아끼우는 일반 음식점(4.8%)의 적자 비율보다 더 높은 수치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5년 전쯤부터 임대업자 사이에서 상가가 새로 생기면 커피전문점 하나는 무조건 입점한다는 농담이 돌 정도로 이미 공급 과잉”이라며 “개인사업자로선 창업이 상당히 부담스러운 시기”라고 강조했다.
최지웅 기자 wo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