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서초동 촛불 다시 불붙나…“조국 소환에 달렸다”

입력 2019-11-06 15:03
지난 2일 서울 서초역 인근에서 시민들이 검찰개혁과 공수처 설치 촉구 집회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검찰 소환을 앞두고 오는 9일 서울 서초동에서 열리는 검찰개혁 촛불집회가 다시 불붙을 조짐이다.

6일 경찰에 따르면 최근 여의도로 장소를 옮겨 검찰개혁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를 촉구하는 촛불집회를 열었던 사법적폐청산 범국민시민연대(시민연대)는 9일 서초동 사거리 일대에 집회를 신고했다. 시민연대는 지난 2일 집회를 잠정 중단하고 오는 30일 재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경찰은 그러나 이번 주 중 조 전 장관이 검찰에 소환될 경우 시민연대가 서초동에서 집회를 개최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대비 중이다.

시민연대 관계자는 “장소가 서초동이든 여의도든 시민들이 모여야 할 일이 생기면 언제든 촛불집회가 열려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일단 신고를 해둔 상황”이라며 “만약 조 전 장관이 소환된다면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구속영장이 발부됐을 때처럼 서초동에서 자발적인 집회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 3일 시민연대 공식 사이트의 한 회원이 올린 집회 일정을 알리는 글 중에는 ‘11월 9·16·23일 또는 16·23일에는 서초 사거리, 30일은 여의도’라는 내용이 있었다. 현재 이 글은 삭제된 상태다.

다만 여의도가 아닌 서초동에서 검찰개혁 촛불집회를 이어온 친문(親文) 온라인 커뮤니티 루리웹 회원들로 구성된 ‘북유게사람들’과 시민연대 간 껄끄러운 관계가 집회의 변수다. 시민연대와 북유게사람들은 모두 검찰개혁과 공수처 도입을 주장하고 있지만 특정 정치인의 구명 운동을 놓고 의견이 갈리는 상황이다.

여의도 촛불집회를 이끈 이종원 시사타파TV 대표는 인터넷 방송에서 서초동 집회를 겨냥해 “우리는 이제 아무 집회나 막 나가면 안 된다”고 말했다. 루리웹에는 “시민연대 측이 집회 장소를 이리저리 옮겨 집회 동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등 시민연대를 비판하는 글이 여럿 있다. 경찰 관계자는 “두 단체의 감정이 안 좋은 만큼 양측이 같은 장소에서 집회를 연다면 장소를 분할해 개최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18일 주한미국대사관저를 무단침입해 기습시위를 벌인 한국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 측도 9일 서초동 촛불집회에 합류하는 방침을 고려 중이다. 앞서 대진연은 공식 소셜미디어에 “토요일 서초에서 열리는 검찰개혁 촛불에 적극 참가하자”는 내용의 글을 올렸으나 지금은 삭제된 상태다. 대진연 관계자는 “원래 서초동 촛불집회에 참여할 예정이었으나 현재는 집회 주최 측과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