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웃음 소리 넘치는 젊은 교회…다음세대 양육 새 길 제시

입력 2019-11-06 14:57 수정 2019-11-08 09:29
안락교회 윤동일 목사는 아이들 웃음 소리 넘치는 젊은 교회를 꿈꾸고 있다. 안락교회 제공

부산 안락교회(윤동일 목사)는 설립 50주년을 맞은 지난 7월 예배당 리모델링과 함께 교육관에 해당하는 두드림센터를 완공하고 입당 감사예배를 드렸다. 하지만 지난달 찾은 두드림센터 1층에선 공사가 한창이었다. 윤동일 목사는 “동래구청에서 시설비 1억원을 투자해 어린이 실내놀이체험실을 만들고 있다”고 소개했다. 원래는 어린이도서관이었지만 지역 아이들을 위한 놀이 시설을 마련해 주겠다는 구청의 제안에 흔쾌히 공간을 내줬다. 윤 목사는 “실내놀이터에는 매월 500명 이상의 어린이들이 놀고 갈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같은 층에 카페가 있어서 놀이터에 아이들을 맡겨 놓을 수 있어 두드림센터는 지역 내 30대 엄마들의 놀이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두드림센터 6층에 자리 잡은 기쁨드림홀. 대형체육관과 클라이밍 훈련장이 있다. 안락교회 제공

두드림센터는 윤 목사의 목회철학과 소망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곳이다. 2008년 11월 안락교회에 부임한 이후 교회 주변 땅을 조금씩 사들였다. 부임 당시부터 준비한 셈이다. 윤 목사는 “처음에는 목사가 부임해서 땅만 산다고 볼멘소리도 많이 들었다”고 했다. 100억가량이 들어간 공사에서 본당은 최소한의 비용으로 리모델링만 했고 대부분 비용은 두드림 센터 건립에 사용했다. 두드림센터에는 ‘다음세대’를 위한 소그룹방 25곳이 있고 꼭대기 층에는 대형체육관과 클라이밍 훈련장이 자리 잡고 있다. 지난 9월 시작한 문화학교에는 21개 강좌가 마련돼 220명이 수강 중이다. 윤 목사는 “비기독교인들이 우선 교회 공간에 발 디디게 만들어 교회에 대한 ‘컬처 쇼크’를 없애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지난 9월 시작한 문화학교에는 21개 강좌가 마련돼 220명이 수강 중이다. 첼로 교실 모습. 안락교회 제공

윤 목사는 안락교회 부임 전 새문안교회에서 5년, 소망교회에서 7년 동안 교육 총괄 부목사로 사역하면서 다음세대를 위한 교육 목회에 집중했다. 윤 목사는 “500명 이하 교회의 교회학교들이 문을 닫고 있다”면서 “교회학교 따라 부모들도 이동하고 그로 인해 대형교회는 더욱 대형화되고 소형교회는 주저앉게 마련”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 교회에는 전에 다니는 교회의 교회학교가 문을 닫았다며 젊은 부부들이 많이 새로 찾아온다. 우리교회 부흥도 좋지만 그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가슴이 무너진다”면서 “교육시설과 교회학교에 우선적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안락교회 전체 예산의 30%가 교회학교 예산이다.

매년 4월 마지막 주일에 열리는 '쁘띠아띠'. 교회 주차장을 완전히 비워 어린이들만을 위한 놀이시설로 채운다. 특별 새벽기도회를 통해 모금된 1200만원 가량의 예산을 사용한다. 안락교회 제공

윤 목사는 최근 기독교의 위기와 관련해 “인구는 줄고 교인들이 세속화되면서 비기독교인들에게 기독교의 매력이 없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특히 “부모가 모범을 보이지 않고 교회 속 신앙과 세상의 삶이 다르기 때문에 자녀에게 신앙이 계승되지 않고 있다”면서 “무엇보다 다음세대에 집중하는 교회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락교회 35개 동아리에는 400여명이 참여한다. 윤 목사는 “동아리는 새신자를 담아내는 그릇”이라고 설명했다. 안락교회 제공

안락교회는 점차 주일 오후 예배를 없애는 중이다. 주일에도 ‘재충전’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마지막주일 오후에는 예배 대신 동아리 모임 시간을 마련했다. 35개 동아리에 400여명이 참여한다. 윤 목사는 “동아리는 새신자를 담아내는 그릇”이라고 설명했다.

윤 목사의 노력은 점차 결실을 맺고 있다. 윤 목사 부임 전 45세 이상 세대와 미만 세대의 비율이 7대 3이었던 것이 지금은 5대 5가 됐다. 출석교인도 700~800명 수준에서 1300명까지 늘었다.

윤 목사는 새문안교회와 소망교회 시절 처음 단기선교팀을 만들었고 25년째 계속 단기선교를 직접 이끌고 있다. 벌써 안락교회 성도 600여명이 단기선교를 다녀왔다. 내년 2월 단기선교 때는 70명이 떠난다. 안락교회에서 항존직이 되려면 반드시 단기선교를 가야 한다.

안락교회 성도들은 자매결연을 맺은 88명의 필리핀 어린이들에게 매월 3만원의 장학금을 후원한다. 두드림센터 1층에 위치한 후원 게시판. 안락교회 제공

윤 목사는 한국교회의 단기선교에 대해 “보여주기식 선교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선교지에 가서 부채춤 추고 공연만 하고, 그리고 나선 관광하고 쇼핑하기 위해 매번 단기선교지를 바꾼다”고 쓴소리를 했다. 안락교회의 단기선교는 “자주 갈 수 있고 책임질 수 있는 한 지역을 정해 놓고 끝까지 간다”는 목표다. 그렇게 선택해 집중 강화한 곳이 바로 필리핀이다. 필리핀 3개 마을에 교회를 세웠고 현지인 목사를 양성해 자립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특히 안락교회 성도들은 자매결연을 맺은 88명의 필리핀 어린이들에게 매월 3만원의 장학금을 후원한다. 이 중 2명은 올해 대학에 들어갔다.

안락교회가 선교 개척한 필리핀 3개 교회가 지난해 11월 산빈센트크리스천교회에서 연합세미나를 가진뒤 기념 촬영을 했다. 안락교회 제공

안락교회는 필리핀 선교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큰일을 당했다. 2012년 안락교회에서 선교사로 파송한 조원준 목사가 현지 활동 중에 사망한 사건이다. 당시 조 목사는 주일 예배 인도를 위해 300명분의 빵을 사 들고 안락교회가 설립한 마닐라 북쪽 람느히 교회로 이동하던 중, 폭우로 갑자기 불어난 강물에 휩쓸려 목숨을 잃고 말았다. 조 목사는 예수교 장로회 통합 측으로부터 ‘순직자’로 지정됐다. 당시 조 목사와 함께했던 현지인 청년은 현재 람느히 교회의 담임 목사가 됐다.

안락교회는 50주년을 맞아 이달 말 국민일보와 함께 이스라엘-요르단 성지순례를 떠난다. 이달 공식 출범한 국민일보 성지순례의 1호 고객이다. 안 목사는 “11년 동안 선교를 키우느라 교인들과 성지순례를 가지 못했다”면서 “하지만 예수님을 믿는 사람으로서 예수님 고향에는 평생 한번은 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윤 목사는 “한국의 기독교인들이 기복주의 신앙의 폐해를 없애고 예수님의 순수한 복음으로 돌아가야 한다”면서 “성지순례를 통해 예수님이 복음을 전하던 장소에서 한국 교회를 비춰보고 다시 복음을 환기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부산=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