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에서 미국·멕시코 이중국적을 가진 모르몬교 가족이 마약 조직의 총격을 받아 9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중 6명이 아동이었고 생후 8개월 쌍둥이도 포함됐다. 이들은 결혼식에 가던 중 참변을 당했다. 멕시코 당국은 마약 조직이 라이벌 조직의 차량으로 오인해 공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지만, 피해자 가족들은 멕시코 마약카르텔로부터 끊임없는 위협을 받아왔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 CNN방송 등은 5일(현지시간) 한 모르몬교 가족이 전날 저녁 미국 국경과 접한 멕시코 북부 치와와주와 소노라주 사이 도로를 지나던 중 매복해있던 범죄조직에게 변을 당했다고 보도했다.
또 다른 8명은 차량에서 탈출해 덤불에 숨어있다 살아서 발견됐다. 하지만 최소 5명이 총상을 입거나 부상을 당해 미국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가족은 3대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차량을 나눠타고 가고 있었다. 피해자들의 가족과 수사당국에 따르면 한 여성은 자신이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차에서 내린 뒤 손을 위로 흔들었지만 살해됐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알폰소 두라소 멕시코 치안장관은 5일 기자회견에서 “마약 카르텔 조직원들의 총격으로 최소 3명의 여성과 6명의 어린이가 목숨을 잃었고 한명의 어린이는 실종됐다”라며 “총격범들이 대형 SUV를 라이벌 조직으로 오인한 것 같다”고 밝혔다.
이들 가족은 모르몬교의 한 분파가 모여 사는 라모라 지역에 거주해왔다. 피해자들의 한 가족은 가족들이 종종 치와와 지역의 마약 밀매상들과 충돌을 빚었으며 범인들이 목표로 삼은 사람이 누구인지 분명히 알고 있었다고 로이터에 말했다. 이는 범인들이 피해 가족을 경쟁 마약 조직원으로 오인한 듯하다는 멕시코 치안장관 발언과 배치된다. 피해 가족의 친척인 켄드라 리 밀러는 CNN에 “(마약) 카르텔이 우리 가족을 너무 많이 빼앗았다”며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 시민이 마약 조직에 사망하자 멕시코에 마약 카르텔 소탕을 위한 지원을 제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유타주의 훌륭한 가족과 친구들이 서로 총질을 하는 두 잔인한 마약 카르텔 사이에 껴서 다수의 위대한 미국인들이 살해되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썼다. 이어 “멕시코가 미국의 도움을 받아 마약 카르텔에 대한 전쟁을 벌이고 지구상에서 그들을 쓸어버려야 할 시점”이라며 “우리는 그저 (멕시코의) 위대한 새 대통령 전화를 기다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지지에 감사하는 통화를 할 것”이라면서도 “이런 사건들을 다루는데 외국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보지 않는다”며 거부 의사를 밝혔다.
멕시코는 군경이 ‘마약왕’으로 불린 호아킨 구스만의 아들을 체포했다가 격렬한 총격 저항에 풀어주고 후퇴하는 사건까지 벌어질 정도로 마약조직이 활개치고 있다. 치안도 불안하다. CNN은 지난해 멕시코에서 3만3000건의 살인 사건이 일어나면서 사상 최대를 기록한 가운데 올해에는 이 기록마저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