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바이든·워런·샌더스는 물론 중위권인 부티지지·해리스에게도 밀려
대학 졸업장 없는 백인, 부동층서 트럼프 지지율 급락
WP, “탄핵 조사가 지지 변화에 영향 미쳤을 가능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민주당 유력 대선 후보 5명과의 양자 가상 대결에서 모두 뒤쳐져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더욱 안 좋은 소식은 그의 강력한 지지기반이었던 백인 저학력층이 이탈하고, 부동층이 민주당으로 이동한 것으로 조사된 점이다.
워싱턴포스트(WP)와 ABC방송은 지난달 27∼30일(현지시간) 미 전국 성인 1003명을 대상으로 유·무선전화 방식으로 실시한 공동 여론조사 결과를 5일 공개했다.
이번 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는 38%로 조사됐다. 반면, 트럼프 국정을 부정적으로 평가한 비율은 58%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44%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 경제가 나아졌다”고 답했고, 그 절반인 22%는 “더 나빠졌다”고 응답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 유력 후보들과의 가상 맞대결에서 5전 전패를 기록했다. 민주당의 유력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의 양자 대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39%의 지지를 얻어 56%를 획득한 바이든에게 17% 포인트나 뒤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민주당 경선에서 바이든과 양강 구도를 형성한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에게도 55%(워런)대 40%(트럼프)로 15% 포인트나 밀렸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과의 맞대결에서도 55%(바이든)대 41%(트럼프)로 뒤쳐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 경선에서 중위권으로 평가받는 피터 부티지지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과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에게도 각각 52%(부티지지)대 41%(트럼프), 51%(해리스)대 42%(트럼프)로 밀렸다.
여론조사 결과를 세부적으로 보면, 트럼프와 바이든 간 맞대결에서 남성의 지지는 47%로 동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여성 지지율은 바이든(64%)이 트럼프(33%)를 거의 절반 이상 앞섰다. 트럼프의 성추문과 여성 비하 발언들로 인해 여성들이 트럼프에게 등을 돌렸다는 사실이 재확인됐다. 백인이 아닌 유권자의 지지율에서 바이든(79%)은 트럼프(16%)를 압도적으로 몰아쳤다. 대졸 이상의 백인들을 표본으로 했을 때도 바이든(57%)이 트럼프(41%)로 앞질렀다.
그러나 대학 졸업장이 없는 백인들의 지지율에서는 트럼프(57%)가 바이든(39%)을 18% 포인트 차로 이겼다. 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트럼프에게 불길한 뉴스다.
WP는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는 대학 졸업장이 없는 백인들로부터 64%의 지지를 얻어 28%에 그쳤던 힐러리 클린턴 당시 민주당 후보를 36% 포인트 차로 앞섰다”면서 “그 격차가 이번 조사에서는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지적했다. 트럼프 입장에선 백인 저학력층의 이탈 징후가 두드러진 것이다.
부동층에서는 바이든(56%)이 트럼프(39%)를 17% 포인트 차로 이겼다. 부동층 지지율은 두 사람의 전체 지지율과 일치했다.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는 부동층에서 힐러리를 46%대 42%로 이긴 것으로 조사됐었다. 부동층 민심도 트럼프를 떠나가고 있다는 것이 확인된 셈이다.
2016년 미 대선에서 힐러리는 전체 득표에서는 트럼프에 286만표 차로 이겼으나 미국 대선의 독특한 제도인 선거인단 표결에서 306대 232로 지면서 대권을 놓쳤다. WP는 “내년 미 대선에서 전체 득표 수 차이는 더 벌어질 수 있다”면서 “트럼프가 재선하기 위해선 플로리다주와 펜실베이니아주·미시간주·위스콘신주 등 접전주에서 승리해 선거인단 득표에서 이겼던 2016년 결과를 재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WP는 또 “공화당과 민주당 지지자들의 표심에 변함이 없는 상황에서 부동층이 민주당 지지로 이동한 것이 큰 변화”라면서 “하원에서 진행 중인 탄핵 조사가 지지 성향 변화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