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교직원(교수 포함) 자녀들이 대학입시 수시전형에서 다른 학생들보다 합격률이 2.5배 높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정부 조사로 교직원 자녀의 수시 합격률이 확인된 건 처음이다. 전문가들은 정보의 격차가 입시 결과에 반영된 결과로 해석한다.
서울대 등 13개 대학에서 부모가 재직 중인 학교에 합격한 수험생은 지난 4년간 255명이었으며, 부모인 교수가 소속된 학과(학부)에 입학한 경우도 33건 확인됐다. 그러나 교육부는 교직원 자녀들이 ‘부모 찬스’를 활용했는지 입증하는 것에는 실패했다.
교육부는 5일 학생부종합전형(학종)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른바 ‘조국 사태’로 수시의 공정성 논란이 불거지자 학종 비율이 높고 자사고·외고 등의 합격자 비율이 높은 대학의 2016~2019년 학종 운영 실태를 들여다봤다.
조사 대상은 건국대 경희대 고려대 광운대 동국대 서강대 서울대 성균관대 연세대 춘천교대 포항공대 한국교원대 홍익대 등 13곳이다. 정부가 대학의 학종 실태를 들여다본 건 제도 도입 후 처음이다. 교육부는 이번 조사에서 드러난 문제점과 제도 개선 사안을 이달 말 발표되는 대입 공정성 강화 방안에 반영할 방침이다.
13개 대학에 재직하는 교직원 자녀들의 합격률은 일반 수험생보다 한층 높았다. 수험생 1826명이 부모 학교에 지원했는데 255명(14.0%)이 합격했다. 122명이 지원해 32명이 합격해 26.2%의 합격률을 보인 대학도 있었다.
연도별로 보면 2016년에는 교직원 자녀 합격률이 14.8%, 전체 평균은 5.1%였다. 교직원 자녀 합격률이 무려 2.9배나 높았다. 2017년 13.2% 대 5.5%, 2018년 16.3% 대 6%, 2019년 11.7% 대 6.0%로 집계됐다. 2019년을 빼면 모두 2배가량 높은 합격률을 나타냈다.
수능 점수로 뽑는 정시의 경우에도 교직원 자녀 합격자 비율이 높았다. 다만 수시합격자보다 격차는 적었다. 2016~2019년 교직원 자녀 정시 합격률은 30.4%, 전체 합격률 평균은 16.7%로 조사됐다. 한 입시 전문가는 “수시 전형의 특성상 학생의 기본 실력도 중요하지만 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무래도 교직원 자녀가 수시에선 유리할 수밖에 없다”고 해석했다.
그러나 교육부는 교직원 자녀 특혜를 하나도 밝혀내지 못했다. 이번 교육부 조사에서는 대학들이 교직원 자녀가 지원했을 때 해당 교직원을 입학 관련 업무에서 제외하는 ‘회피·제척 제도’를 이행하는지 확인하는 선에서 그쳤다. 교육부는 추가 조사나 감사를 통해 ‘부모 찬스’ 여부를 확인할 방침이다.
교직원 자녀 특혜 말고도 교육부가 이번 조사에서 밝혀낸 건 거의 없다. 교육계에선 상식인 고교서열화만 일부 확인한 수준이었다. 그나마 대학 실명을 공개하지 않아 어떤 대학에서 고교를 줄 세우는지도 감춰버렸다. 교육부는 지난 9월 실태 조사에 앞서 “고교등급제가 시행되는지 확인하겠다. 부모 경제력과 정보력이 자녀 스펙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도 확인하겠다”고 예고했었는데 초라한 실적이다.
한 대학 관계자는 “뭔가 대단한 발표를 할 것처럼 예고했지만 발표된 조사 결과만으로는 학종의 부당성은 드러나지 않았다. 이들 대학은 이른바 주요대학이다. 교육부가 한달여 서류를 들여다본다고 실태가 드러날 정도로 허술하지 않다”며 “정시를 늘리는 논거로도 부족해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교육부는 오는 7일 고교서열화 해소 및 일반고 역량강화 방안을 발표하겠다고 예고했다. 자사고와 외고, 국제고의 일괄적인 일반고 전환이 예상된다. 이에 따라 자사고 구성원과 학부모의 반발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