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콩 회항’ 대한항공, 박창진에 7000만원 배상하라”

입력 2019-11-05 20:04
지난 3월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에서 열린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조양호 회장의 연임 저지에 성공한 뒤 밝은 표정을 짓고 있는 박창진 전 사무장. 김지훈 기자

‘땅콩 회항’ 사건의 피해자 박창진 전 대한항공 사무장이 조현아 전 부사장과 대한항공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항소심에서도 일부 승소했다. 대한항공이 박 전 사무장에게 배상해야 할 금액은 1심 때보다 커진 7000만원이 됐다. 하지만 박 전 사무장은 “법원은 박창진의 존엄을 7000만원으로 판결했다”며 “선택적 정의의 한 자락을 보는 듯하다”고 아쉬워했다.

서울고법 민사38부(부장판사 박영재)는 박 전 사무장이 조 전 부사장과 대한항공을 상대로 낸 4억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대한항공의 불법행위에 비춰 지급해야 할 위자료를 상향해야 한다”며 7000만원을 배상토록 판결했다. 1심에서는 대한항공이 2000만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내려졌었다.

재판부는 대한항공이 “사건 발생 직후 박 전 사무장에게 보호 조치를 취하거나 재발 방지대책을 세우지 않은 채 오히려 사건의 발단을 승무원들 탓으로 돌렸다”고 했다. 박 전 사무장이 더욱 깊은 박탈감에 빠지게 됐다는 의미였다. 대한항공이 국토교통부 조사 과정에서 허위 진술을 강요한 사실도 지적됐다.

나머지 판단은 1심과 같았다. 조 전 부사장이 박 전 사무장에게 내야 할 위자료는 1심과 같은 3000만원으로 인정됐다. 조 전 부사장이 1억원을 공탁했기 때문에 원고 청구는 기각됐다. 조 전 부사장의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되지만 변제 공탁금으로 배상할 금액이 없다는 뜻이다. 부당 징계 무효확인 청구 소송 역시 1심과 마찬가지로 기각했다.

박 전 사무장은 판결 뒤 소셜미디어를 통해 “법원은 저, 박창진의 존엄을 7000만원으로 판결했다”고 했다. 그는 “어떤 분들은 싸움에서 이겼으니 자축하라고 하지만 저는 그럴 수 없다. 무수한 갑질로 기업 가치를 훼손하고도 노동자는 생각도 못 할 퇴직금을 챙기는 것을 목도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인간의 권리와 존엄한 가치가 돈보다, 권력보다 가치 있는 사회가 돼야 한다”며 “오늘 판결은 전의를 더욱 불타오르게 한다”고 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