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 인근 해역에서 추락한 소방헬기를 인양하는 과정에서 유실된 것으로 추정되는 실종자 시신 1구가 사고 엿새 만인 5일 수습됐다.
동해지방해양경찰청은 이날 오후 5시45분쯤 동체 인양 위치와 같은 곳에서 청해진함 무인잠수정(ROV)을 이용해 시신 1구를 수습했다고 밝혔다. 앞서 수색 당국은 0시30분쯤 실종자를 발견한 뒤 오전 2시40분부터 인양작업에 나섰으나 청해진함의 ‘자동함정 위치 유지 장치(함정이 정 위치에서 움직이지 않게 하는 장치)’가 고장 나 수습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 시신은 지난 3일 추락 헬기 동체 인양 과정에서 유실된 실종자 시신으로 추정된다. 당시 수색 당국은 동체 내 실종자가 있던 기체 주위에 유실 방지 그물망을 이중으로 설치, 인양했으나 내부 장비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함께 유실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수습한 시신은 6일 오전 울릉도를 거쳐 대구 동산병원으로 이송한 뒤 신원을 확인할 예정이다.
이번 소방헬기 추락사고 후 경북지역 항공응급구조체계의 보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가장 넓은 구역을 맡고 있는 데다가 울릉도와 독도까지 관할해 지금 기종보다 성능이 뛰어난 기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사고 당시 경북소방본부가 보유한 헬기 2대(카모프, 돌핀) 중 야간비행이 가능한 돌핀이 정기 점검 중이라 중앙119구조본부 소속 헬기가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출동한 헬기는 2016년 3월 도입된 프랑스 유로콥터사의 슈퍼퓨마(SUPERPUMA) EC-225 기종이다. 2000년 개발됐고 제조사명이 에어버스헬리콥터스로 바뀌면서 기종명도 H225로 바뀌었다.
사고 헬기도 야간비행용 투시경 등을 갖춰 야간비행을 할 수 있는 기종이다. 하지만 돌핀과 사고 헬기 모두 대구에서 독도 인근까지 출동(400여㎞)할 경우 울릉도에 착륙해 급유해야 한다. 울릉도와 독도엔 헬기를 자동으로 유도해 주는 관제 시스템이 없고 야간에 칠흑같이 어둡다. 때문에 이착륙을 반복해야 할 경우 운항 위험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성능이 지금 기종보다 훨씬 더 좋은 헬기를 확충해 위험도를 낮출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경북도소방본부 관계자는 “울릉도와 독도까지 안전하게 관리하려면 지금 기종보다 성능이 좋은 기종이 필요하지만 예산이 넉넉하지 않아 추가 장비 도입이 어렵다”고 말했다.
동해·대구=서승진 최일영 기자 sjse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