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포항 지진이 “‘자연 지진’이 아닌 ‘촉발 지진’이었다”는 정부조사연구단의 조사 결과와 관련해 검찰이 책임소재 규명을 위한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앞서 정부는 포항 지진이 굴착과 물 주입을 동반한 지열발전 연구의 영향으로 촉발됐다는 결론을 내렸었다. 향후 검찰 수사는 포항 지진에 따른 국민적 피해를 계량화하고 그 책임소재를 명확히 가리는 방향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서울중앙지검 과학기술범죄수사부(부장검사 김윤희)는 대전 유성구에 있는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서울 송파구의 넥스지오 본사, 넥스지오의 자회사 포항지열발전 등 4곳을 압수수색했다고 5일 밝혔다. 검찰은 넥스지오가 주관한 지열발전 사업 관련 기록, 포항지진 전후 관측 자료 등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다수 국민이 피해를 입은 사안으로서 객관적 자료로 사실관계를 정확히 규명할 필요가 있다”고 압수수색 배경을 설명했다.
지난 3월 20일 국내 전문가들로 구성된 ‘포항지진 정부조사연구단’은 포항에서 이뤄진 지열발전 실증연구가 단층을 자극해 지진이 일어났다는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굴착, 물 주입으로 인한 압력이 미소(微小) 지진을 순차적으로 유발했고, 시간이 흐르며 그 영향이 쌓여 결국 규모 5.4의 포항 지진을 촉발했다는 내용이었다.
포항지진범시민대책본부는 이 연구 결과를 근거로 지난 3월 29일 윤모 넥스지오 대표, 박모 포항지열발전 대표 등을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및 상해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포항 지진은 1000명 이상의 이재민, 초유의 ‘수능 연기’를 초래했었다. 고소장을 검토한 검찰은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에 대해 수사하기로 결정했다. 검찰 관계자는 “(고소 당시 혐의인)살인 여부는 과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후 정부조사연구단의 연구 결과에 대한 검증을 지켜보며 자료를 확보하는 등 사실상 수사를 진행 중이었다. 검찰의 압수수색은 정부조사연구단의 ‘촉발 지진’ 결론을 올바른 것으로 최종 판단한 결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검증은 최근에 종료가 됐다. 검증 결과가 이 사건의 혐의 유무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