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을 만난 독도 해역 소방헬기 추락 사고 희생자 유족과 실종자 가족들은 사고 후 6일 동안 가슴에 품었던 원망과 서운함을 쏟아냈다.
5일 오후 진 장관은 유족과 실종자 가족들이 머물고 있는 대구 강서소방서를 찾았다. 진 장관은 이들에게 “최선을 다해서 수색에 전념하고 있다. 필요한 부분을 아낌없이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진 장관은 당초 이종후(39) 부기장과 서정용(45) 정비실장의 시신이 안치된 대구 동산병원 백합원을 먼저 방문할 예정이었지만 일정을 바꿔 유가족들을 먼저 만났다.
하지만 유족과 가족들의 시선은 싸늘했다. 유족과 가족들은 진 장관을 향해 “매일 보고를 받는다는데 지금까지 상황에 대해 설명해달라” “우리나라에 구조 가능한 배가 몇 척이냐” 등의 질문을 한 뒤 진 장관이 이에 대해 제대로 답변하지 못하자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무슨 대화를 하러 왔냐”고 쏘아 붙였다.
다른 한 유가족은 “소방이 힘이 없다. 여기서 소방 관계자에게 궁금한 것을 물어보는데 해경에 물어보고 또 군에 물어보면 우리 관할이 아니라고 한다. 다 따로따로다. 컨트롤타워가 없다”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유가족은 “정부를 믿고 조용히 기다렸는데 제대로 안되니까 이러는 것(문제제기) 아니냐”며 “이번 정부는 다를 것이라 믿었는데 이젠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실종된 박단비 구조대원의 어머니는 “이제는 울 힘도 없다. 장관님 딸이나 또는 손녀딸이 물에 빠졌으면 6일이 지날 때까지 이렇게 손 놓고 있었을 거냐”며 “내 생각에는 분명히 기체에 결함이 있다. 쓸데없는 곳에 돈을 쓰지 말고 비행기를 사라”고 지적했다.
“사고 전 영상을 찍고도 해경에 늦게 제공한 KBS 관계자들은 분명히 책임이 있고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유족도 있었다.
이에 대해 윤병두 동해지방해양경찰청장은 “KBS 임원 등 관계자들이 오후 7시쯤 독도 헬기 추락사고 실종자 가족에게 ‘영상 미제공’ 논란에 관해 설명할 예정”이라며 “KBS 해명에도 가족들이 의문을 제기하면 영상 원본을 받아 디지털포렌식을 하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가족들은 “KBS 측에 최고 책임자 등의 설명을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막무가내로 내려오는 사람들을 만날 수 없다”며 만남이 약속 된 시간인 7시 전에 자리를 떠났다.
한편 이번 사고로 헬기에 타고 있던 김종필(46) 기장과, 박단비(29·여) 구급대원, 배혁(31) 구조대원, 환자 윤영호(59)씨, 보호자 박기동(46)씨, 이 부기장, 서 실장 등 7명이 실종됐고 이 중 이 부기장과 서 정비실장의 시신이 지난 2일 수습돼 대구 동산병원 이송됐다. 진 장관이 대구를 찾은 이날도 시신 1구가 발견돼 수색 당국이 수습에 나서고 있다.
대구=글·사진 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